1930년 서대문 형무소의 수감자들은 “3월 1일 옥중에서 만세운동을 합시다”라는 메시지를 형무소의 벽을 두고 전한다.

1929년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김정련은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다.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운동에 뛰어든 후 공명단에 가담해 군자금을 모집해왔다. 그는 우편수송차를 습격해 돈을 탈취, 일본인의 편지를 불태운 ‘망우리 우편차 습격사건’을 이유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다.

일본 간수들은 조선인 수감자들 간의 대화를 일체 금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김정련은 ‘타벽통보법’을 수감자들에게 알렸고, 이를 통해 수감자들은 안부를 주고 받는 등 소통을 이어나갔다.

이러던 중 김정련은 “모두에게 알려달라 다가오는 3월 1일, 3.1운동을 기념해 옥중에서 만세운동을 하자”고 알렸다. 그러던 어느 날 김정련은 갑자기 미친 듯 자신의 소변으로 몸을 적시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김정련의 모습을 본 한 청년이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였다.

1932년 안창호는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중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게 된다. 안창호가 수감된 곳은 김정련의 바로 옆 방이었다. 김정련은 안창호에게 타벽통보법을 알려주기로 마음 먹었지만, 안창호는 방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러던 며칠째 기회를 찾은 김정련은 그에게 타벽통보법을 알려주던 중 간수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해, 김정련은 간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오물을 자신에게 끼얹는 등 미친척했다.

그는 간수들이 그를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모진 매질도 감수했고, 급기야 독방에 손발이 묶인 채 갇히기까지 한다. 그 덕에 안창호는 위기를 모면했지만 간수에게 김정련을 풀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3주 후 김정련은 정신 돌아왔다는 판단 하에 원래의 방에 돌아왔다. 이후 두 사람은 타벽통보법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두 사람의 일화는 1957년 잡지 ‘새벽’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