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뱃사람의 언어’ 알기 쉽게 표현
- 해양문학 저변 확대 계기 희망

부산 문단의 이윤길 시인은 지난 40년간 바다를 떠나지 않은 ‘해양인’이다. 강원도 주문진수산고를 졸업하고 1977년 처음 원양어선을 탄 그는 원양어선 선장으로 바다에서 살았고, 지금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소속 국제옵서버로 바다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렇기에 그의 문학은 해양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다. 바다를 직접 체험하고 그것을 시와 소설로 쓰는 해양문학인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는 여전히 바다로 나가 그곳에서 시와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최근 새 시집 ‘더 블루’를 펴낸 이윤길 시인. 한국 해양문학에서 또렷한 존재감을 갖는 그는 “해양문학이 독자 곁에 더 가까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인이 새 시집 ‘더 블루’(신생)를 펴냈다. 2014년 ‘짐승이 우글우글하다’ 뒤로 3년 만의 시집이다. 그는 2007년 ‘계간 문예’ 영목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해양시집 ‘진화하지 못한 물고기’ ‘대왕고래를 만나다’ ‘파도 공화국’ 등과 해양소설집 ‘배타적 경제수역’을 펴냈다.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등 해양문학 관련 상도 여러 개 받았다.

이번 시집은 그가 변화를 시도한, 도전적인 작품집이다. 이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가장 짠 내가 덜 한” 시가 다수 실렸다. “바다에서 쓴 시는 그곳을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언어와 감성이 있죠. 육지와 바다의 공간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감성의 시가 나오겠어요? 그런데 주변에선 제 시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독자와 호흡하고, 관심을 좀 더 받을 만한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바다와 뱃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그대로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시어는 조금 쉽게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그의 시도는 성공한 듯하다. 새 시집에는 거친 바다에서 생존을 걸고 사투하는 바다 사내의 날 것 그대로의 거칠고 직접적인 시어나 해양용어보다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과 타인, 삶을 돌아보는 일상의 언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

‘뱃사람은 몰랐다/자신이 갈매긴 줄/뱃머리가 천공으로/비상하면서도/뼛구멍에 바람 든 줄/그러나 한겨울/눈 내리고 그물 당길 때/그는 보았다/파도 결 따라/끼룩끼룩 물고기/구차한 제 모습을/차가운 북풍에/방풍재킷 깃털 되어/겨울바다/떠돌고 있는 자신을’(‘갈매기’)

이 시인이 변화에 도전한 이유는 해양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싶어서다. “그동안 해양문학의 요소로 ‘바다, 사람, 항해’를 꼽았고, 바다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글을 쓰기 어려웠죠. 그런데 요즘은 바다에서 일하는 이도, 전문성을 가진 이도 줄어들다 보니 해양문학을 계속하는 이도 줄고 있어요. 해양문학의 가치와 흐름을 알려야 하는데 점점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해양문학이란 이런 것이고, 이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지평을 넓힐 수 있지 않겠어요?”

바다에서 글쓰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고된 노동의 연속인 배에서 시어를 찾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이 시인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바다를 기록하기 위해 펜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글을 쓰고 싶어서, 가치 있는 일이란 생각에 멈출 수 없어요. 이 시대를 사는 뱃사람의 모습과 흔적을 기록하는 해양문학은 더더욱 그렇죠. 100년 뒤 제 작품에서 독자가 당시 바다 풍경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을 갖다 보니 펜을 놓을 수 없어요.”

요즘은 배에서 글 쓰는 것뿐 아니라 사진도 찍으며 바다의 기록을 남기는 데 집중한다는 이 시인은 “독자에게 가까이 가 닿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남태평양으로 떠난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