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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아이들은 책 읽는 부모를 보고 책을 가까이 한다 /안덕자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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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8-11 19: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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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무더운 한낮, 피서지에서 물놀이하기 좋은 날이다. 휴가철 도서관이 텅 비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부산시민도서관에 들어섰다. 착각이었다.

   
문학동네 제공
많은 사람이 책을 빌리거나 열람실에서 책 읽기에 빠져 있었다. 도서관 앞길 양옆으로 빽빽하게 주차한 차들을 보며 궁금했지만, 모두 도서관에 온 사람들 차였다. 젊은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린이실에는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와 함께 앉아 각자 책 읽기에 빠져 있고, 어린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보여주는 엄마도 있다. 백발 노인은 두꺼운 돋보기를 끼고 세상 근심 다 잊으신 듯 책 속에 빠져있다. 여전히 서가에는 수많은 책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이 참 많다.

조선 시대 정조는 ‘문체반정’이라 하여 중국에서 들어온 서학이나 소설류를 금지했지만, 백성은 그렇지 않았다. 그 시절, 필사쟁이를 아버지로 둔 ‘장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다른 어느 사람보다 필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잘하는 아버지는 책방 주인 최서쾌의 부탁으로 천주학책을 베끼다 관아로 끌려가 곤장을 맞고 장독에 걸려 세상을 뜬다.

장이는 최서쾌가 하는 약계 책방에서 사환으로 일하다 필사쟁이가 된다. 장이는 높은 관리인 홍교리에게 비밀스러운 책을 몰래 배달하고, 기생들이 있는 도리원에는 재미있는 언문책을 배달한다. 일고여덟 살배기 아이들부터, 머리에 서리가 내린 반백의 노정승까지 약계 책방을 찾는다. 양반집 부녀자와 왕실 궁녀들 사이에 언문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는 필사쟁이들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빠진다.

장이는 홍교리 집 사랑채 문 위에 걸린 현판을 본다. ‘書遊堂’(책과 노니는 집). 홍교리와 딱 맞는 현판이다. 장이는 현판을 보며 비밀스러운 책을 배달할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아침까지 글을 써서 벌게진 눈으로 웃어주었다. “간밤에 무슨 책을 쓰셨어요?” “우리에겐 밥이 될 이야기, 누군가에겐 동무가 될 이야기, 나중에 우리 부자에게 손바닥만 한 책방을 열어줄 이야기를 썼지.”
   
아버지는 글을 베끼다 졸리고 뻐근하면 일부러 소리 내가며 읽고 썼다. 장이는 곁에서 옹알거리며 아버지가 읽는 글을 따라 했다. 아버지는 칭찬해 주었고 신이난 장이는 더 큰소리로 글을 외웠다. 필사가 없는 날이면 장이가 좋아하는 언문 소설을 읽어주었다. 홍교리는 책을 사느라 소매가 다 낡은 옷을 입고 있지만, 자기가 읽고 모아둔 책을 보면 당장 또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둔 것처럼 뿌듯하고 행복해한다.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젊은 아빠와 어린이실에서 만난 책 읽는 가족을 보며 더 많은 어른과 아이들이 책과 노는 모습을 상상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책 읽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따른다. 우리 거실 한 켠에 서 있는 서가에 먼지가 쌓이지 않았는지,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가족을 위해 책과 노니는 서가를 만들어 한여름 밤의 전기수(조선 후기 직업적인 낭독가)가 되어 보면 어떨까.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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