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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62> 부산 물김치 백과사전

풋풋 새콤 시원…푸성귀로 차리는 여름의 만찬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8-08 18:50:4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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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무 단배추 상추 얼갈이…
- 살짝 절인 다양한 여름채소
- 고춧가루 양념 풀물 부어 숙성
- 익기전엔 삼삼 익은뒤엔 시원
- 기장은 콩잎, 강서는 깻잎 유명

- 된장 비벼먹고 국수 말아먹고
- 흰 쌀밥에 턱하니 올려 한 입
- 시원하게 국물 들이킨 후
- 다시 생업의 현장 떠나게 한
- 더위 이겨내는 서민의 음식

폭염에 몸과 마음이 지쳐 도통 입맛이 없을 때이다. 이럴 때 새콤달콤한 국물에 사각사각한 식감의 ‘물김치’를 담가, 차고 시원하게 먹는 것 또한 여름을 현명하게 나는 방법일 것이다.
   
콩잎물김치
‘물김치’는 소금에 살짝 절인 다양한 채소에 젓국, 마늘, 고추, 생강, 파 등속을 넣고 고춧가루나 홍고추로 양념한 풀물을 부어서 익힌 김치다. 봄과 여름에 주로 담가 먹는데, 그때그때 바로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익기 전에는 풋풋하고 삼삼한 맛으로, 익은 후에는 새콤하고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

한여름 뙤약볕 밭에 지천으로 자라는 채소를 이용해, 설렁설렁 힘 안 들이고 쉽게 만들 수 있어 더욱 여름과 어울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또한 식재료 대부분이 입맛을 되살려주는 엽록소 성분과 생체 활성화를 돕는 비타민 등으로, 오래전부터 여름철 건강식품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아삭아삭 새콤달콤 꿀떡꿀떡

   
배추물김치
물김치는 재료에 따라 열무물김치, 얼갈이물김치, 배추물김치, 콩잎물김치, 오이물김치, 양배추물김치, 깻잎물김치, 정구지물김치, 상추물김치, 돌나물물김치, 미나리물김치 등등 그 종류만도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부산에서도 다양한 물김치로 더운 여름을 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열무물김치’, ‘단배추물김치’, ‘배추속물김치’ 등이다. 특히 지역적으로 기장의 ‘콩잎물김치’, 강서의 ‘깻잎물김치’ 등은 그 지역의 특산 음식으로 지역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상추물김치
물김치는 활용도 또한 높다. 아삭한 김치와 새콤한 국물을 밥반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건더기는 된장국이나 고추장 등에 쓱쓱 비벼 한술 크게 입에 넣고 꿀떡꿀떡 한 그릇씩 비워내는 비빔밥으로, 새콤달콤 국물은 국수나 식은 밥에 시원하게 말아 먹는 국물음식으로 변용도 한다.

‘콩잎물김치’나 ‘깻잎물김치’는 보리밥 위에 잘 삭은 콩잎이나 깻잎 한두 잎 척 얹어 먹으면, 까끌까끌한 입안이 향긋한 향과 가슬가슬한 식감으로 제대로 살아난다. 특히 기장멸치로 삭힌 멸치젓국을 땡초와 함께 한입 가득 쌈을 싸 먹으면, 부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여름 최고 별미가 된다.

■재료 따라 각양각색 물김치 향연

   
열무물김치
물김치를 한데 모아보았다. 열무물김치, 단배추물김치, 열무얼갈이물김치, 콩잎물김치, 깻잎물김치, 상추물김치 등이 밥상 위에 소환된다. 열무와 단배추, 깻잎물김치는 집에서 담근 것이고, 열무얼갈이와 콩잎물김치는 시장에서, 상추물김치는 본가에서 건너왔다. 평소 여러 물김치를 식단에 따라 몇 가지씩 상에 올려놓고 먹는데, 모두 펼쳐놓고 보니 그야말로 각양각색 물김치로 사태가 났다. 각각의 물김치를 한 가지씩 일별하면서 그 맛을 음미해본다.

우선 ‘열무물김치.’ 여름 대표 물김치를 꼽으라 하면, 맛에서나 활용도 면에서나 단연코 ‘열무물김치’이다. 서민들이 여름을 나기 위해 즐겨 먹는 물김치로, 여름철 내내 열무비빔밥과 열무국수, 열무냉면 등으로 여름 별미의 정점에 서는 음식이기도 하다. 열무는 싹이 튼 지 오래지 않은 ‘어린 무’를 말한다. 원래 ‘여린 무’가 줄어서 ‘열무’가 되었다. 때문에 김치를 담그면 잎과 줄기가 아삭아삭하고 풋풋하면서도 고소해, 봄여름 입맛 돌리는 식재료로 널리 이용된다. 국물 또한 시원하면서도 소화효소가 풍부해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나 숙취 후 해장할 때도 유용하다.

   
열무비빔밥.
‘단배추물김치’의 재료는 단배추이다. 속이 차기 전 수확한 배추를 단으로 묶어서 팔기에 단배추라 한다. 속이 차기 전 수확하는 배추 중에는 겨울을 지냈거나 봄이 오기 전 파종해 수확한 ‘얼갈이배추’와 파종한 배추 싹을 크게 키우기 위해 솎음작업 할 때 솎아져 나온 ‘솎음배추’ 등이 있다. 이 모두 물김치 재료로 쓰인다. 열무물김치와 더불어 여름철 대표 물김치로, 열무물김치처럼 비빔밥으로 비벼 먹거나 국수에 말아 먹는다. 열무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고소해 남녀노소 모두 즐겨 먹는 물김치이다.

■기장은 ‘콩잎’, 강서는 ‘깻잎’

   
열무국수.
다음은 ‘콩잎물김치.’ 기장에는 여름철이면 밥상에 빠지지 않는 물김치가 있다. 바로 ‘콩잎물김치’이다. 콩 꽃이 피기 전 여린 콩잎을 따서 콩잎물김치를 해먹는데, 주로 서리태콩, 메주콩의 연하고 어린 이파리로 김치를 담근다.

원래 콩잎은 양념을 발라 발효시킨 후 새콤하게 먹는 ‘콩잎김치’나, 된장에 박아 놓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콩잎장아찌’로 널리 먹는다. 여름 더위에 입안이 깔깔하고 밥맛이 없을 때에는, 여린 콩잎 몇 잎 따다 풀물에 며칠 재운 후 새콤하고 시원한 콩잎물김치로 담가 먹으면 금상첨화다. 콩잎 특유의 향과 함께 콩잎의 가슬가슬한 식감이 까끌까끌한 입안을 말끔히 가셔준다. 된장찌개를 자작하게 끓여서 밥에 비빈 다음 콩잎물김치 잎을 두어 장 올려 먹어도 별미다.

‘깻잎물김치’ 또한 콩잎물김치 못지않다. 콩잎보다 향이 강하고 식감은 콩잎보다 부드러워 물김치로 그냥 먹기도 하지만, 고기를 먹을 때 싸서 먹거나 쌀밥 위에 쌈장과 함께 척척 얹어 먹기도 한다. 비빔밥 위에 걸쳐 먹어도 좋고, 젓갈양념장 넉넉히 얹어 쌈을 싸 먹어도 그저 그만이다.

   
‘상추물김치’는 더운 여름밤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 야식으로 먹으면 좋다. 상추는 신경안정에 효능이 있는 채소. 상추와 강된장을 넉넉히 넣고 밥과 비벼 한 그릇 먹으면 불면에 좋은 효과를 볼 수가 있다. 국물 또한 쌉쌀해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후 입을 가시기에도 좋다. 여름을 나기 위해 서민이 즐겨 먹는 음식, 물김치. 물김치 한 그릇으로 부산 사람들은 무더위를 이겨내고 다시 생업의 현장으로 갔을 터이다. 여름 물김치 한 그릇의 가치를 톺아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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