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날개를 단 곤충들이 부양을 합니다/(…)/아수라장이 된 숲을 날다 길에 떨어진 풍뎅이,/손이 가도 날지 않습니다/혹시나 싶어 마시던 커피 한 방울 줘 봅니다/갑자기 납니다, 깜짝 놀랐습니다/(…)/풍뎅이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릅니다/애벌레 적 생사의 줄타기를 모르듯이,/어떤 관용의 힘으로/내가 새 날을 맞는지 모르듯이,’(‘모르듯이’ 중)

“어느 날 앉아 있는데 풍뎅이 한 마리가 바닥에 떨어졌어요. 죽었나 싶어 툭툭 건드렸다 커피 한 모금 줬는데 갑자기 날아가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죠. ‘풍뎅이도 내가 살려준 걸 모르듯이, 나도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조성범(사진) 시인의 시는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생활에서 우연히 목격한 인생의 이치, 자연에서 발견한 삶의 진리를 유쾌하게 노래한다. 조 시인이 2015년 ‘갸우뚱’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그락 쨍그랑’(지혜)을 펴냈다.

조 시인은 2009년 현대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2013년부터 (사)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부산생태귀농학교 등을 수료하고 지리산에서 인턴 농부로 농사를 배운 경험이 시의 큰 자산이 됐으며 녹지사, 사회공헌 활동가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과정문학상, 부산시단작품상, 한국꽃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생명과 생태, 살림(삶)에 관한 유쾌하고 진지한 시를 소개한다.

비빔밥을 비비며 ‘무슨 맛으로 사는지는 몰라도/보면 서로 머리를 숙이고 웃음을 섞는/비빔밥 같은 사람들,’(‘달그락 쨍그랑’ 중)이라며 인생에 관해 노래한 시부터 ‘어머니를 여의면 장맛도 잃는다’(‘어머니와 된장’ 중)와 같이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 시, ‘세상 일 풋것일 것만 같아도/잡는 것마다 바짝바짝 약이 오른 일/아직 가리는 법을 모른다’(‘고추’)처럼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에 관한 시까지 다양하다.

그는 생명과 삶에 관한 시를 평이하게, 오랫동안 쓰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참고 농사를 지은 뒤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끼얹으며 모든 고통을 잊는 것처럼, 시를 쓰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시가 나온 뒤 전율과 쾌감을 놓칠 수 없어요. 생명과 살림에 관한 시상이 넉넉하니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