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창작 활동 중인 서진 소설가가 청소년소설 ‘아토믹스 2-마음을 읽는 소녀’(비룡소)를 펴냈다. 제주도의 바다와 산, 바람과 함께 지내며 서정적인 감성에 빠져 있을 것 같은 그가 제주도로 내려간 이후 처음 내놓은 것이 청소년소설, 그것도 어린이 히어로물이라는 것이 의외다.

‘아토믹스2-마음을 읽는 소녀’를 출간한 서진 작가. 국제신문DB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히어로물로 단편소설을 쓴 게 있었어요. 그러다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의 공모전 소식을 듣고 내용을 가다듬어 청소년소설로 바꿨지요. 형식만 아동문학일 뿐, 오래전부터 제가 상상했던 이야기예요.”

‘아토믹스’는 쉽사리 만날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작품이다. 부산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가상의 상황 아래, 사고 때 방사능에 노출돼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태평, 혜미, 태풍이 지구 방위 요원 아토믹스가 되어 지구를 공격하는 괴수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지난해 펴낸 1권 ‘아토믹스-지구를 지키는 소년’은 환경운동 단체를 이끄는 아버지와 태평의 이야기가 주축이었다면, 이번에 펴낸 2권은 원전 협력업체 직원이었던 아버지가 사고로 실종된 혜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해 비룡소 주관 제4회 스토리킹 수상작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태어났기에 오랫동안 원전 사고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있었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했죠. 만약 원전 사고가 터지면 광안리해수욕장에 이상한 괴물이 출현하지 않을까? 누가 이를 막을 수 있을까? 방사선 피폭 위험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어린이에게 괴물과 맞서 싸울 능력이 생긴다면? 이런 질문과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아토믹스’는 재미와 감동만을 좇지 않는다. 사회적 쟁점이 된 원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이야기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원전 사고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서로 마음의 문을 열며 상처를 딛고 극복하는 모습을 그린 것은 여느 청소년소설에서도 볼 수 있음 직하다. 하지만 원전 사고 대처 과정에서 책임자는 도망가고 협력업체 직원들만 피해를 본 상황과 원전 사고의 후유증을 치유할 방법으로 알려진 시그마 워터를 둘러싼 권력 집단의 음모 등은 현실에 있을 법한 부조리를 빗대어 꼬집는다.

원전 사고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아토믹스의 멤버 혜미 캐릭터. 유준재 그림. 비룡소 제공

“아이들이 현실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뉴스에서 이런 부조리를 접하고, 그걸 어렴풋이 이해하는걸요. 스토리킹 수상작은 어린이 100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재밌는 이야기를 뽑거든요. 이 소설이 뽑힌 걸 보면 아이들도 다 이해하고 공감한 것 아닐까요. 오히려 이런 사회 현상과 부조리를 넣지 않았다면 완성도가 떨어졌을 거예요.”

서 소설가는 부산에서 문화잡지 ‘보일라’의 편집장과 웹진 ‘한 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였으며, 2007년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뉴욕, 하와이, 동남아시아 등을 여행하며 소설, 여행기, 에세이 등의 책을 냈으며 2015년부터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제주도에 온 뒤로 청소년소설과 동화에 집중하고 있어요. 짧은 소설로 시작한 ‘아토믹스’에 욕심이 생겨 당분간 여기에 집중하려고요. 주인공이 3명인데 2명의 이야기를 했으니 나머지 1명을 빼놓으면 섭섭하겠죠?”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