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ld On, Pain Ends 끝까지 참아라, 시련은 끝나니까
- 억울한 살인혐의 뒤집어쓰고 종신형 선고받은 주인공 앤디
- 20여년 옥살이 견뎌낸 끝에 풀려날 기회 찾아왔지만
- 통제의 손아귀 더욱 조여와…마침내 그는 탈옥을 결심한다


“다음 책은 뭐지?”

“어디 보자, ‘몬테크리스토 백작’. 지은이 이름은 ‘알랙상드르’…‘돌대가리’.”

	그림=헌즈 작가

프랭크 다라본트가 감독한 ‘쇼생크 탈출’(Shawshank Redemption)의 중반부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교도소 도서실에서 죄수들이 책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책 분류를 지휘하는 앤디 듀프레인의 물음에 한 죄수가 지은이 이름을 ‘Dumbass(돌대가리)’라고 읽은 것입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성(姓) ‘Dumas’를 일자무식꾼이 ‘덤애스(dumbass)’라고 발음한 것이죠…. 죄수의 무지를 풍자하는 센스가 돋보이지요. ‘쇼생크 탈출’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향한 오마주(hommage, 존경)라는 것도 알립니다.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는 살인범입니다.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권총으로 죽였습니다. 두 명을 죽였으니 두 번의 종신형을 살라는 판결을 받았고요. 문제는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 앤디 캐릭터를 무척 잘 보여주는 명구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광고문구입니다. “두려움은 인간을 감금하고 희망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앤디가 투옥된 해는 1947년. 그 무렵 죄수들은 ‘바쁘게 살든가, 바쁘게 죽든가(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가운데 하나의 삶을 택해야 하는데요, 앤디에겐 바쁘게 죽지 않기 위한 희망의 도구가 있습니다. 15cm 길이의 암석 망치(rock hammer)입니다. 어떤 물건이든 부탁만 하면 구해주는 능력자 레드(모건 프리먼)는 앤디가 그걸 부탁하자 넘겨짚습니다. “탈옥용 땅굴을 파려면 그거로는 600년쯤 걸리겠군.” 앤디가 받아칩니다. “돌을 깎아 작품을 만드는 취미를 다시 즐겨보려고요.”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어떤 사회의 문명 수준을 알고 싶으면 그 사회의 교도소에 들어가 보라(The degree of civilization in a society can be judged by entering its prisons).’ 폭력은 죄수들 사이에서만 일어나진 않습니다. 교도관이 죄수에게 가하는 폭행도 영화에선 다반사입니다.

머리 좋은 앤디는 살벌한 폭력이 난무하는 교도소 안에서 자신을 보호할 기회를 만듭니다. 간수장(看守長) 하들러의 절세(節稅)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앤디는 포틀랜드의 모 은행 부지점장 출신이거든요.

내친 김에 모든 교도관들 절세도 도와줍니다. 그 덕에 앤디는 시원한 맥주도 선물받아 죄수들에게 돌립니다. 앤디는 그렇게 ‘공공의 은인’이 되어갑니다.

한편 호시탐탐 앤디를 노리던 한 죄수가 겁탈을 시도합니다. 기지를 발휘한 덕에 강간은 가까스로 막아내지만, 앤디는 몸이 만신창이가 됩니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간수장은 가해자의 다리를 불구로 만듭니다. 그 후 누구도 앤디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하루는 교도소장 노튼이 앤디를 호출합니다. 앤디가 노튼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카메라는 벽에 걸린 액자 글귀를 확대해 보여줍니다. ‘주의 심판의 날이 곧 오리라(His judgement cometh and that right soon).’

액자 뒤엔 비밀 금고가 있고, 그 속에 비밀 장부가 있습니다. 그날로 앤디는 노튼을 도와 돈세탁을 돕습니다. 앤디가 묘하게 웃으며 레드에게 말하는군요. “저는 정작 사회에 있을 땐 정직했는데 교도소에 와서 사기꾼이 된 거죠.” 과연 액자 글귀대로, 교도소장이 어떻게 법의 심판을 받게 될까요.

교도소장의 후의를 등에 업은 앤디는 도서실 규모를 키우고, 주의회로부터 도서 구매 기금도 따냅니다.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사람들 가운데 문맹자들의 교육을 도와 그들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도전하도록 돕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어린 죄수 토머스 윌리엄스의 등장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가 예전의 교도소에서 들은 충격적 비화를 공개하거든요. 한 죄수가 떠벌리길, 어느 골프 코치의 집을 털다가 그와 정부(情婦)를 죽였노라고. 죄는 여자의 남편이 뒤집어썼노라고.

희망, 즉 HOPE를 이렇게 변주한 문장이 있습니다. ‘Hold On. Pain Ends(끝까지 참아내세요. 시련은 끝날 거니까).’ 생을 포기하지 않고 견딘 결과 투옥된 날부터 20여 년 만에 앤디는 마침내 자유인이 될 순간을 맞이합니다. 아뿔싸, 교도소장은 그의 호소를 비웃습니다. ‘비자금 관리 전문 ‘복덩이’ 종신형 죄수’를 걷어찰 이가 아니니까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중 하나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쇼생크탈출’과 잘 어울리는 벗으로 삼아 이번 무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요.

교도소장에게 항의한 벌로 앤디는 독방에 갇힙니다. 그곳에서 토머스가 탈옥을 기도하다가 사살됐다는 비보를 듣는데요, 토마스가 입막음용으로 제거됐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앤디는 탈옥을 결심합니다.

“희망은 좋은 거야. 모름지기 모든 것 중 가장 좋은 거야. 좋은 것은 결코 없어지는 않아(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a good thing never dies).” 희망의 상징인 앤디는 교도소에서 사라집니다. 그는 과연 어떻게 탈옥을 성공했을까요. 스포일러여서 가려둡니다.

아침 점호 시간. 앤디의 방에서 교도소장은 내뱉습니다. “놈이 바람 탄 방귀처럼 사라졌다고(He vanished like a fart in the wind)!” 프랑스어로 ‘듀프레인(Dufresne)’은 재(ash) 부활(rebirth)을 뜻한다고 합니다. 살아있어도 죽은 목숨 같았던 앤디는 새 삶을 위해 바람 속의 재처럼 사라진 것입니다. 훗날 태평양 바다와 가까운 곳 어딘가에서 그가 누구와 새 삶을 시작하는지도 스포일러여서 가려둡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스티브 킹의 소설집 ‘사계 Different Seasons’ 가운데 ‘봄(Spring) 편’입니다. 제목은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앤디의 방에 있던 브로마이드 모델들 가운데 한 명이 여배우 리타 헤이워드입니다.

외화번역가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