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미술 조각 등 장르 융·복합
- 지역서 보기드문 실험공연 눈길
- 도전에 목마른 각 분야 예술인
- 서로 이해하고 자극받으며 연습
-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 선봬는것
- 그게 젊은 예술인들의 원동력”
두 명의 여자가 무대에 올랐다. 두꺼운 옷을 껴입은 여자는 옷을 하나씩 벗으며 연신 “추워”를, 얇은 옷을 입은 여자는 다른 여자가 벗어놓은 옷을 껴입으며 “추워”를 외친다. ‘사랑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마음이 춥기는 마찬가지일까’란 생각이 들 때쯤 무대 가장자리로 눈길이 갔다. 한 사람은 무대 위에 공구를 갖다 놓고 나무 의자를 만들고, 다른 사람은 공연 내내 부지런히 붓을 놀리며 그림을 그렸다. 음악 연극 춤 그림 조각까지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각자 ‘사랑’의 느낌을 표현한 색다른 공연에 관객은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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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집단C의 멤버들이 광안리해수욕장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박주호 작가, 황지선 대표, 전성호 배우, 김영범 기획자. |
지난 12, 13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야외무대에서 ‘예술집단C’의 공연 ‘사랑…짓하다’가 열렸다. 사랑을 음악 연극 그림 조각으로 표현한 융·복합 공연이었다. 예술집단C의 실험적인 공연은 독특함과 신선함이 더욱 돋보인다. 연극 춤 음악 영상 미술 사운드 빛 등이 혼재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지역 공연 무대에서 이처럼 여러 요소가 잘 혼재된 공연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예술집단C는 ‘융·복합’을 작정한 네 사람, 황지선(연극·40) 대표와 박주호 작가(미술·38), 전성호 배우(연극·48), 김영범 문화기획자(38)가 만든 예술집단이다. 동네 친구와 형, 누나로 20년을 보고 자란 네 사람은 2014년 예술집단C를 창단했다.
“다들 문화판에서 노니까 자주 어울렸죠. 그날도 어김없이 ‘왜 이리 치이냐’며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 ‘아 씨, 예술 뭐 있나. 재밌게 하면 된다’며 즉흥적으로 예술집단C를 만들었어요. 각자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다 보니 더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넘치는데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도전에 목말랐던 것 같아요.”(황지선 대표)
이렇게 모인 네 사람은 새로운 예술에 도전해 2014년 회화 작품과 공연을 섞은 ‘EXHIPLAY(Exhibition+Play) 살’을 선보였다. 박주호 작가의 회화 ‘밥’ 시리즈를 기반으로 어머니가 밥 짓는 과정을 연극과 춤 등의 옴니버스 공연으로 구성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지난해는 더 과감해졌다. 부산문화재단 ‘청년연출가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EXHIPLAY 토끼h의 시간’은 조용현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을 토대로 회화 음악 소리 연주 조명 영상 무대 춤 연극 등 더 많은 장르의 아티스트를 끌어들여 시간을 여행하는 토끼를 주인공으로 한 환상적인 동화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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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집단C가 선보인 융·복합 공연 ‘EXHIPLAY 토끼h의 시간’. |
“장르 간 융·복합을 고집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장르가 종합적으로 모여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더 선명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공연 때마다 숙제도 얻죠. 장르 간 이해를 높여야 하는데, 예를 들어 연극과 춤 둘 다 몸을 쓰는 장르지만 호흡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지난 1월부터 워크숍을 열고 여러 장르 예술가들이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랑…짓하다‘는 워크숍의 중간 결과물입니다.”
예술집단C는 ‘살’에서 인연을 맺은 춤 연극 음악 영상 등의 예술인과 교류하며 융·복합 공연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20, 30대 창작열이 불타오르는 예술인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습한다. “혈기왕성한 예술인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에게 자극도 되고, 새로운 장르를 접하면서 자기 작품 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받아요.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배우가 몸을 따라가는 행위를 보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묘한 영감을 받거든요.”(박주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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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짓하다’. |
예술집단C는 내년 ‘토끼h의 시간’ 재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모든 예술인이 주제를 공유하고 작업을 논의하며 서로에게 녹아들도록 하고 있어요.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하죠. 예술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고민의 결과물을 관객에게 선보여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그게 젊은 예술인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황지선 대표)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