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13> 모든 보시는 ‘법보시’

부처님 가르침 실천은 모두 보시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7-21 19:19:13
  •  |  본지 11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 지인이 부친의 49재를 지낸 뒤 그간 고마웠던 분들께 감사의 선물로 우산을 준비했다고 하면서 거기에 들어갈 문구에 대해 물어왔다. 감사의 인사말 앞에 ‘법보시’라는 말을 쓰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한국 불교에서는 설법이나 불경의 배포 등과 같이 불교의 지혜를 널리 베푸는 일을 ‘법보시’라 부른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우산과 같은 선물에 법보시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큰 잘못이 없어 보이는 이 대답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영 불편하다. 왜 그런가? 모든 보시는 본질적으로 ‘법보시’이고 또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법정스님 49재 초재 모습. 국제신문DB
원래 재물을 내놓는 것도 보시이고(재보시), 진리에 눈 뜨도록 이끄는 것도 보시이고(법보시), 이웃의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도 보시(무외보시)이다. 다만 모든 보시는 나를 내려놓고 남을 떠받드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니까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기부, 심각한 위기에 당하여 공포심으로 내놓는 헌납, 보답을 바라는 뇌물, 명예와 이익을 얻기 위한 거래 등은 보시라 할 수 없다.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정신이 없기 때문이고, 타인에 대한 자비심과 공경심이 깃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법보시의 정신이 담겨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보시가 될 수도 있고, 선물이 될 수도 있고, 거래가 될 수도 있고, 뇌물이 될 수도 있다.

보시의 원형은 자기 몸을 통째로 던진 석가모니 전생의 보시이다. 전생의 석가모니는 모든 생명 가진 것을 구원하겠다는 큰 원을 발한 보살이었다. 그런 그에게 매에게 쫓기는 비둘기가 날아들었다. 보살은 쫓기는 비둘기와 배고픈 매를 함께 구하기 위해 비둘기의 무게만큼 자기의 살을 베어주기로 한다. 그런데 몸의 살을 아무리 베어내도 비둘기만큼의 무게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보살은 저울 위로 자신의 몸을 통째로 던져 올린다. 그제야 비둘기와 평형을 이루어 보살은 생명 구원의 원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몸을 통째로 던지는 보시도 법보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금강경’에서는 몸을 통째로 던지는 보시를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수만큼 거듭한다 해도 경전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은 자아와 대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음으로써, 삶의 모든 현장이 부처의 현현임을 확인하라는 주제로 집중된다. 진정으로 이 가르침을 실천한다면 몸을 통째로 던지는 저 영웅적 행위만 보시가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이 보시가 된다. 눈을 깜빡이면 눈보시가 되고, 웃음을 지으면 웃음보시가 되며, 입을 열면 말보시가 된다. 마음에 뜻을 지으면 마음보시가 되고, 자리를 내밀면 좌석보시가 되며, 방문을 열어 맞이하면 공간보시가 된다. 요컨대 무엇을 내놓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울타리를 허물고 모두와 함께인 자리에 노니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정신을 실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49재는 나와 나의 것을 내려놓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다. 그 성찰의 끝에 내놓은 것이 우산이라면 그것은 단연코 ‘법보시’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해양문화의 명장면
마데이라 와인과 미국혁명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부산 여성 뮤지션 프로젝트 ‘2018 반했나?’
국제시단 [전체보기]
풀꽃친구 /박진규
9월 /조정해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나를 눈 뜨게 한 엄마 밥과 장모님 밥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방송가 [전체보기]
거래의 대상이 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세간 뒤흔든 ‘흑금성’ 사건의 진실은
새 책 [전체보기]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1, 2 外
이윤기 신화 거꾸로 읽기(이윤기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클래식 거장 말러를 비춘다
성공신화 90대 경영인의 노하우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스르르 부서지는-임현지 作
무제-서상환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밀가루 친구들이 일러주는 꿈의 의미 外
누구 아닌 ‘나’를 위한 삶의 메시지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나침반 /우아지
군자란 /이상훈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기 GS칼텍스배 결승1국
2017 여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물괴·협상·안시성·명당…추석 극장가의 승자는?
‘웰메이드 영화’ 리얼한 세트장이 좌우한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스물세 살 BIFF(부산국제영화제), 좀 더 넓은 부산공간 끌어안아야
영화 ‘공작’- 첩보극으로 본 남북관계의 오래된 미래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한국은 ‘사기공화국’…자발적 분쟁해결 자리잡아야 /정광모
아이로 마음 졸이던 부모 위로하는 ‘이상한 엄마’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로봇왕국 독재가 두렵다고?…휴머니즘의 힘을 믿어봐 /안덕자
인간 본성 파헤친 10가지 실험, 때론 끔찍한…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냉전부터 심리·정치적 분리까지…현대사회의 분열을 이야기하다
초연결시대 광고마케팅 화두는 채널확대·기술협업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9월 19일
묘수풀이 - 2018년 9월 1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道樸雖微
名非常名
남해군청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