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인이 현실에 안주하거나 치이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과 그 결과물은 부산 문화판의 신선한 자극이자 동력이 된다. 젊은 예술가가 모여 새롭고 신선한 예술 작업을 시도하고, 또래 청년과 예술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청년문화의 현장과 공간을 찾아 소개한다.
- 청년 예술가 정선미 작가 운영
- 일반적인 회화 고정관념 벗고
- 모던한 공간에 아트숍까지 갖춰
- 이름도 ‘춘자’로… 친근함 강조
- 지역 주민과 협업 기획전 열고
- 국내외 작가 모여 창작품 전시
-“다락방처럼 안락한 둥지 만들것”
부산 수영구 민락동 좁은 골목. 오래된 연립주택과 빌라가 빼곡한 골목에 훤한 유리창과 독특한 철문이 눈에 띄는 집이 있다. 정선미(34) 작가가 운영하는 ‘춘자아트갤러리’다. 무거운 철문을 밀고 들어가자 회색 타일과 매끈한 바닥이 멋스러운 갤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춘자’라는 이름에서 기대했던 느낌과는 다른 ‘모던’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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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수영구 민락동 춘자아트갤러리에서 정선미(오른쪽) 대표가 갤러리를 찾은 시민과 함께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je.co.kr |
“갤러리 이름을 ‘춘자’라 지은 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편하게 들어왔으면 해서였어요. 정겨운 이름이니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요? 공간은 일부러 멋을 부렸어요. 제가 한국화를 전공했는데, 왠지 한국화는 전통의 분위기에서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잖아요? 모던한 공간에서 모포를 깔고 바닥에서 한국화를 그릴 수 있는, 고정관념을 깬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정 대표의 말을 들어보니 아담하면서도 모던한 공간에 꽃과 나비, 새를 그린 한국화가 걸려 있는 것이 신선했다. 110㎡ 남짓한 춘자아트갤러리는 편안하면서도 신선한 갤러리, 사랑방, 아트숍까지 갖춘 알뜰한 공간이다.
“대학 졸업 뒤로 고민이 많았어요. 다른 일도 해봤고요. 보통 젊은 작가가 곧바로 대형 갤러리에서 전시하기 힘들잖아요. 다른 작가와 어울리기도 쉽지 않고…. 그래서 작가들이 편하게 와서 전시하고, 다른 작가도 만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누구나 들어와서 그림을 그리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작가가 창작한 소품도 팔고 싶어 욕심을 부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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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미 작가 |
춘자아트갤러리는 겉보기에는 동네의 작고 조용한 갤러리지만, 실은 많은 청년 작가와 시민을 불러들이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정 대표는 2014년 춘자아트갤러리를 개관한 이후 ‘내향적 사고’ ‘내 서랍속의 이야기’ 등 확고한 주제와 개성이 있는 전시를 여러 차례 열며 국내외 많은 작가와 작업했다. 또 지역 주민과 함께 기획한 ‘어서 와요 2014’ ‘텐더텐더스프링’ 전시도 열었고, 음악과 미술을 접목한 연주회도 자주 마련했다.
특히, 청년 작가와 시민이 어우러진 기획 전시도 시도했다. 지난해 부산문화재단의 ‘청년문화 활성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30대 엄마와 작가, 시민이 참여한 이색 전시 ‘내 서랍 속 이야기’를 열었고, 올해는 문화재단의 ‘청년문화공간 콘텐츠 지원’ 사업에 선정돼 ‘청년, 바다를 읊다’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저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해요. 나이는 청년인데 엄마가 된 30대 여성, 그림에 관심 있는 시민, 창작 욕구가 샘솟는 청년 작가를 모아 그림 그리고 작품을 전시했어요. 기억에 남는 것이, 작가와 시민 수십 명이 ‘바다’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 전시했는데요. 저는 시민들이 푸른색 바다에 광안대교가 있는 평범한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다채로운 색상과 느낌 충만한 그림을 보내줘 깜짝 놀랐어요. 작가와 시민의 시선이 크게 다르지 않고, 결국 같은 곳을 보며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죠.”
‘청년, 바다를 읊다’는 여기서 한 발짝 나아가 청년 작가 20명이 두 달간 워크숍에 참여해 ‘나, 예술, 청년, 함께, 바다’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각자 작품을 만들어 전시(8월 11~31일)하는 프로젝트다. “지역에 많은 청년 작가가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가 어울리고, 서로 이해하려는 자리가 많지 않았어요. 20명의 작가가 야생적으로 자생하는 청년의 삶을 보여주고, 또 소통하고 부딪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합니다. 시민과 청년의 ‘바다 편지’도 받아 시민과 작가가 어우러진 전시도 마련합니다.”
정 대표는 춘자아트갤러리를 다락방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특히 그는 ‘공유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청년이, 시민이, 예술인이 삶과 예술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본질이다.
“이곳은 청년 작가도, 기성 작가도, 시민도, 누구나 와서 그림을 그리고 삶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예요. 저는 예술가와 일반인의 삶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는 그저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 예술일뿐이예요.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쓸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예술과 공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술의 본연을 잃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고 길게 공간을 끌어가고 싶어요.”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