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만·일본 연출·배우 15명
- 소극장 네트워크 구축 목표로
- 함께 머물며 창작단막극 선봬
- 언어 달라도 몸짓으로 감정교감

- 부산-아시아 연극 교류 활발
- "지역 한계 벗어나 지평 확장"

"Y는 고립되다 죽었어요. 죽은 후 만날 친구가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우들이 관객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면서 그런 감정을 충분히 표현해 주세요."

지난 8일 부산 남구 대연동 하늘바람소극장에서 제2회 동아시아 연극캠프에 참가한 배우들이 워크숍을 하며 만든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제공

지난 7일 오후 부산 중구 중앙동 또따또가 연극 연습실. 부산 극단 동녘의 양효윤 연출자가 대만과 일본에서 온 배우 4명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전반에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고독사'를 주제로 단막극을 제작하기 위해 작품 회의를 한창 하고 있었다. 배우들은 지난달 29일부터 부산에 머물며 양 연출자와 작품을 만들었다. 서로 대화를 통역해주는 이가 별도로 있었지만, 배우와 연출자의 강력한 언어는 몸짓과 표정이었다.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가 개최한 '제2회 동아시아 연극캠프'가 지난달 29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부산과 아시아의 소극장 연극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시작한 동아시아 연극캠프는 지난해보다 규모도 커졌고, 방식도 개선됐다. 대만과 일본에서 연출자와 배우 6명이 부산을 찾았고, 지난해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 연출자도 새롭게 합류했다.

아시아 3개국의 연극인 15명은 3개의 그룹으로 나눠 창작 단막극을 각각 만들어 9, 10일 이틀간 결과물을 선보였다.

양 연출자는 "해외 교류를 통해 다른 국가의 연극인이 작품을 어떻게 대하는지, 표현은 어떤 식으로 풀어내는지 살펴보고 내 역량도 키울 수 있다"며 "무엇보다 큰 수확은 지역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이라는 지역에 갇히기보다 아시아라는 큰 무대를 생각하면서 연극의 지평이 넓어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낀다"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동아시아 연극캠프처럼 최근 부산 연극계에서 아시아 연극인과 교류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일본, 대만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지난달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 연극인이 주축이 된 '제4회 하나로 프로젝트'가 각자의 도시에서 열렸다. 사전 화상회의와 현장 낭독공연 등으로 호흡을 맞춘 이후 두 도시에서 함께 공연을 치르는 방식이었으며, 후쿠오카의 고다 마사히로 연출자와 부산의 송근욱 연출자가 참여했다. 교류를 목표로 매년 다양한 실험을 해온 '하나로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정착하며 교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의 극단 '연극놀이터 쉼' 역시 지난달 말레이시아 일본 대만 한국의 연극인이 함께 동아시아의 아픔을 몸짓으로 풀어낸 공연 '탈북자'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기획을 맡은 쉼 백대현 대표는 "비슷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동아시아 예술인들의 교감이 무엇보다 특별하고 매력적이라 2008년부터 꾸준히 아시아 연극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연극인이 아시아의 연극인과 교류의 폭을 넓히는 이유는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무대를 확장하고, 여러 문화의 자극을 받으며 연극 역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강원재 회장은 "부산의 소극장 연극과 아시아권 연극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 참여한 연극인의 반응과 만족도가 높다"면서 "한번 참가한 연출자와 배우들이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를 각국에서 만들어 가며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지역의 무대에 국한하지 않고 국경을 넘는 협업으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