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경매장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세간에 공개됐다. 세한도는 소나무와 잣나무 그리고 초라한 집 한 채가 그려진 수묵화다. 출세가도를 달리던 김정희가 조정의 눈 밖에 나 1840년 제주도로 귀향을 가게 된다.

그러자 그를 찾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제자 이상적이 중국에서 귀한 책을 보내왔다. 그는 '이 책을 다른 이에게 전했다면 출세가도가 열렸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에 김정희는 사제간의 정과 선비의 굳은 절개를 담은 그림을 그려 이상적에게 전했다.

경매에서 김정희 선생의 그림은 경성 제국대학의 일본인 후지쓰까 지카시에게 낙찰된다. 그는 세한도를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1945년 그의 연구실은 연합군의 공습을 받아 전소되고 만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의 작품들도 전소되고 말았다고 전해졌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49년, 도쿄 대공습 당시 소실된 줄 알았던 세한도가 멀쩡한 모습으로 공개됐다. 1943년 세한도가 일본인에게 낙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예가 손재형이 교수를 찾아간다.

그는 세한도를 양도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한다. 그 후 후지스까가 일본으로 세한도를 가지고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합군의 공격이 한창이던 일본까지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 후 손재형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후지스까 교수를 찾아갔다. 이에 후지스까 교수는 손재형에게 세한도를 넘기게 된다. 그의 열정에 감동한 후지스카는 세한도를 돈을 받지 않고 양도한다.

그로부터 3개월 뒤, 후지스카의 연구소는 공습을 받게 돼 손재형의 노력 덕에 세한도는 무사할 수 있었다.

손재형은 어수선한 정국이 지난 1949년, 독립운동가 오세창과 부통령 이시영에게 세한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