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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교수의 화교역사문화답사기] <9>정성공과 화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6-28 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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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산 포대 전경. 김동하 교수 제공
▶ 후리산 포대와 양무운동

우리의 마지막 여정지가 될 하문 후리산(胡里山) 포대에 도착했다. 후리산 포대는 청나라 때인 1894년에 축조가 시작되어 2년 만에 완공됐다. 포대의 총면적은 7만㎡이며, 이중 성곽 및 보루 면적은 1.3만㎡이다. 중국정부는 국가급 문물보호단위로 지정하여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후리산 포대는 양무운동의 산물이다.

양무운동은 1861년부터 1894년까지 청나라에서 진행된 자강(自强) 운동이다. 양무(洋務)란 외교 교섭에 관한 사무를 뜻하는 말이지만, 당시 청대에서는 서양의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쓰였다. 양무운동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군사적 자강과 경제적 부강을 이루려 했던 정치·사회 운동이다. 초기에는 군사력 증강을 위해 군수공업의 육성에 중점을 두고 전개되었지만, 1870년대 이후에는 광공업이나 교육 등 다른 부문까지 근대적 개혁이 확산됐다.

청대 개혁가로 평가되는 증국번(曾國藩) 등의 한인 관료들은 서양의 무기와 군사제도로 청군을 무장시키고, 근대적인 군수 공장을 세우고자 했다. 이들이 주장한 이론은 중체서용(中體西用), 즉 중국의 전통적 가치는 유지한 채, 서양 문물을 활용하고자 했다. 양무운동은 아편전쟁 등으로 19세기 중엽에 중국이 맞이한 위기가 배경이었다. 1860년대 초부터 상하이 강남제조총국, 난징 금릉기기국과 같은 서양식 총포, 탄약, 선박을 제조하는 군수공장들이 만들어져 1894년까지 전국에 모두 24개의 공장이 세워졌다. 하지만 양무운동은 중국 내부와 외부의 장애에 부닥쳐 제한된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

후리산 포대는 1894년 3월에 축조가 시작돼 1896년 11월에 완공되었다. 포대는 화강암 위에 건조되었으며, 4면이 바다인 섬 하문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후리산 포대를 구성하는 주포는 독일 크루프 병기창에서 구매하였다. 크루프(Krupp)는 400년 넘게 철강 생산과 군수품, 병기 제조로 유명했던 크루프 가문이 19세기 창업한 기업이다. 1999년에는 티센과 합병하여 티센크루프(ThyssenKrupp)라는 독일 최대 철강사가 탄생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사로 더 유명한 회사이다.

청나라는 크루프 병기창으로부터 280㎜ 대포(무게 50톤. 포신 13.9m)를 구매하였으며 이 대포는 아직까지 보존되어 후리산 포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포의 유효사거리는 16㎞였고, 최대 사거리는 19.7㎞였다. 당시 청대가 이 대포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백은(白銀) 10만량이었는데, 이는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약 2천만 위안(한화 34억원)에 달했다. 후리산 포대에는 동쪽과 서쪽에 각각 포진지를 구성했었는데, 이중 서쪽 진지에는 150㎜ 포(1881년 독일 제조)가 위치했으나, 1958년 중국의 '대약진운동' 당시에 소형 고로에 넣을 고철덩어리로 징발되는 바람에 서쪽 진지 포는 훼손되었다.

후리산 포대가 조성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1841년 아편전쟁 당시 하문도는 영국군에게 함락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후리산 포대에 위치해 있던 하문항의 방어용 성벽과 진지가 훼손되게 된다. 하지만 하문과 하문항은 화교의 발생지 일뿐만 아니라 복건성에서 동남아로 진출하는 해상무역의 교두보였으며, 이에 따라 후리산 포대의 지리적 위치는 어느 곳보다 중요했다. 결국 청나라 조정은 1874년에 양무운동의 본격 시작으로 서양식 최신 포대 설비를 갖출 후리산 포대를 조성하기로 결정하였으나, 당시 30만량 백은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막대한 예산 조달을 해결하지 못해 계속 지체되었다. 결국 최초 축성 계획을 마련한지 20년이 지난 1894년에 이르러서야 축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1911년 신해혁명으로 중국의 마지막 봉건왕조인 청나라의 몰락과 함께 후리산 포대도 그 군사적 역할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1937년 9월 3일, 중일전쟁 당시 일본 전함에 포격을 가한 것이 후리산 포대의 마지막 임무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후리산 포대 정상에는 당시 청나라 포병의 훈련과 발포 장면을 재현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성공 석상. 김동하 교수 제공

▶ 정성공과 화교

하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구랑위 끝에는 거대한 정성공(鄭成功) 석상이 설치되어 타이완 쪽을 바라보고 있다. 구랑위는 1908년에 한 때 조계(租界)가 설치되어 미국, 영국 등 교회 건물이 지어졌다. 이후 포르투갈, 일본까지 가세하여 지금은 이국적인 건축물이 남아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성공(1624~1662)은 명나라 장수이자, 네덜란드가 지배했던 타이완을 수복한 중국의 민족영웅으로 호칭되는 인물이다. 또한 정성공 자신이 화교이며, 중국인의 동남아 진출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그는 일본 히라도시(平戶市. 나가사키현)에서 한족인 아버지(정지룡. 복건 남안)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무역에 종사하였다. 1644년 명나라가 망하자, 그는 아버지와 달리 투항을 거부하고 청나라에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아버지의 해상권을 이어받아 진먼과 샤먼 두 섬을 근거지로 무역을 하여 군비를 충당했고, 1658년 7월에는 청조 남경에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했으나, 청군에 패하여 네덜란드가 점령하고 있던 타이완을 수복하고자 했다. 1661년 3월, 40년간 타이완을 지배했던 네덜란드 식민정부를 축출하고 타이완에서 다시 청나라에게 항거할 기지를 마련했으나, 바로 다음 해인 39세를 일기로 사망하게 된다. 타이완은 다시 청나라에게 수복되었으나, 청대는 외세(네덜란드)를 물리친 영웅으로 대접하였다.

문헌에 따르면 정성공은 중일 무역에 치중했던 부친과 달리, 동남아(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각국과 해상무역을 활발히 벌여 화교의 진출에 기여했다. 특히 명나라 장수이던 정성공은 그의 선단에 무장 함선을 대동시켜 안전한 해상무역을 보장함으로써, 화교의 동남아 진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1644년 청나라 군인들이 그의 활동 권역이었던 복건성에 침입하자, 그는 명나라 왕족, 귀족들을 모두 배에 태워 동남아로 이주시켰다. 이들이 동남아 1대 화교가 되었음은 우리가 방문한 하문박물관에서 유물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성공은 이러한 연유로 동남아에 주재한 화교들을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고 있었다. 필리핀에서는 1603년과 1639년에 당시 식민 지배자였던 스페인 통치자들의 대학살 사건으로 5만여명의 화교가 희생당했다. 타이완을 수복한 정성공은 1662년에 필리핀 주재 스페인 총독에게 국서를 보내서 화교에 대한 학살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게 된다. 이는 당시 희생된 화교들 대부분이 복건성 출신이였음에도 기인한다. 하지만 화교에 대한 탄압은 그치지 않았고, 정성공은 이를 무력으로 해결하려고 비밀리에 필리핀 화교들과 연락까지 취했으나, 그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복건성 및 타이완 출신 화교들은 정성공을 화교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있다.

하문시에 있는 정성공기념관은 1962년 2월 1일에 개관하였는데, 이 해는 정성공의 타이완 수복 300주년이기도 했다. 정성공기념관은 정성공이 태어난 일본 히라도시에도 있는데 2015년에 증축하여, 중국 및 타이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 화교 역사·문화 답사기를 마무리 하며

지금까지 여러분과 함께 9차례에 걸쳐서 우리가 다닌 지역(홍콩, 선전, 광저우, 샤먼)을 중심으로 화교 역사·문화 답사기를 살펴보았다. 또한 지난 20일에는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 시민인문강좌'를 통해 부산 금정구민을 대상으로 화교 역사·문화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어서 온라인 지면 외에도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결과물을 확산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우리가 다닌 곳들은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 역사·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이번 답사가 학생들과 본인에게는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고, 국제신문 독자분들에게는 이러한 지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미비한 답사기를 일독해주신 독자분들게 감사드리며, '중국'이라는 큰 주제로 또 다른 기회에 여러분을 뵙기를 기원한다. 부산외대 중국학부 김동하 교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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