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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교감 사라진 자본주의 사회…미자의 선택에서 보는 희망

영화 '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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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6-22 18:52:3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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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2017)는 옥자라는 이름의 돼지를 둘러싼 두 인물의 이야기이다. 강원도 산골에서 옥자를 가족처럼 키운 미자(안서현)의 반대편에, 유전자 조작 동물을 개발해 이윤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가 있다. 영화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옥자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입장을 보여준다. 미자에게 옥자는 떼어놓을 수 없는 단짝이지만, 미란도의 입장에서 '슈퍼 돼지 프로젝트' 일환으로 생산한 엄연한 제품이며 부위별로 해체할 수 있는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미란도의 기업이 옥자를 회수해 뉴욕으로 옮기려 하자 미자는 동물보호단체 ALF 운동가들과 손잡고 옥자를 되찾는 여정에 오른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NEW 제공
봉준호 감독이 '옥자'를 통해 드러내는 주제의식은 생기론(vitalism)과 기계론(mechanism)의 대립이라는 철학 주제와 맞닿아 있다. 생명체는 단순히 물질로만 여길 수 없는 고유한 개체적 특질, 영혼이 있다고 믿는 생기론자들과 달리 기계론자들은 생명체 또한 기계와 마찬가지로 구조적 동일성을 지니며,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손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본다. 전자가 자연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살아야 했던 고대인의 관념에 가깝다면, 후자는 인간 이외의 타자를 정복과 이용의 대상,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만 여겼던 근대인의 냉혹한 시선을 그대로 투영한다.

친구이자 가족이던 유기체적 존재를 한낱 고깃덩어리 혹은 매매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 일찍이 마르크스는 이러한 대상화를 두고 물화(物化:reification)라고 불렀다. 미자가 전화로 들리는 울음소리만으로 옥자와 소통하는 장면이 낯설게 여겨지는 건 인간이 더 이상 다른 생명과 동등한 입장에서 교감하는 태도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의 인간은 문명 발전을 구가하며 세계의 지배자로 발돋움했지만, 다른 대상을 지배하게 된 순간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 생명과 맺어왔던 모든 관계를 잃어버렸다. 만나는 모든 것을 자신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만 이해하고 소유물로 간주하게 된 근대인에게 더 이상 관계를 맺고 교감할 타자가 남아 있지 않다. 심지어 인간 스스로조차도.

'모던 타임즈'(1936) 도입부에서 찰리 채플린은 축사로 몰려가는 양 떼의 이미지를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들과 겹쳐놓은 바 있다. '옥자'에도 이와 유사한 연출이 여러 번 반복된다. 컨베이어 벨트가 실은 고기를 절단하고 가공하는 공장 노동자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정교한 기계 설비의 운행에 맞춰 차례차례 도축되는 돼지들과 고스란히 포개지며, 사물을 넘어 자기 자신조차 개성을 잃은 기계적 시스템의 부속품이자 일개 돈벌이 수단으로 소외시킨 자본주의 시대의 섬뜩한 진풍경을 들추어낸다.
   
이런 존재의 궁지에서 빠져나올 길은 없을까? 문제는 어떠한 시선, 어떠한 가치관으로 생명과 존재를 바라보고 관계를 맺느냐이다. 감독은 금돼지를 내팽개치고 옥자를 찾으러 간 미자의 선택에서 희망을 보는 듯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일개 사물이 아닌 영혼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답하는 순간, 거기에서부터 어떤 인식의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비록 그 희망이 세계의 총체를 바꾸기에 작고 미약한 것일지라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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