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방영된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선 동만과 애라의 연애사와 규만과 설희의 과거 회상 신이 많았다. 아쉬웠던 것은 편집이 깔끔하지 못해 각각의 감정선이 뒤섞이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동만이의 직진 고백이 빛났다. "썸이고 나발이고 키스했으니까 우리 사귀는 거고 오늘부터 1일"이라는 고백이 얼마나 예쁘고 담백하며 진실한지. 밀당 못하는 사람으로서 동만이 무조건 지지한다.

	kbs 방송화면 캡처.

　설희와 규만의 오래된 사랑은 헌신하다간 헌신짝 된다는 잔인한 속설대로 끝맺을까. 설희가 규만에게 마음이 확 기울어진 그때, 규만이 내밀었던 옷핀. 지금 그걸 규만이가 다른 여자에게 주는 걸 보고 펑펑 울며 무너져 내리는 설희가 안타깝다. "그건 내 껀데 왜 준 거냐"며. 설희에게 한 가닥 위로가 될 수 있는 건 규만이가 자신에게 마구 들이대는 신입에게서 설희의 모습을 본다는 거다. 규만이와 설희가 함께 한 오랜 시간만큼 연애의 두근거림은 무뎌질 수밖에. 그 틈 사이로 예전의 설희같은 모습의 신입이 파고드는 거다. 규만이 흔들리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디졸브 되는 거라며, 규만의 마음에 자신이 들어갈 거라는 신입을 어떻게 탓할 수만 있을까. 사랑에는 그렇게 잔인하고 이기적인 얼굴도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쌈 마이웨이는 오랜 시간을 두고 엇갈리다가 마침내 만난 동만이와 애라 커플이 있다. 이들 앞엔 달달한 연애의 꽃길이 펼쳐질 듯하다. 그동안의 안타까움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반면 규만이와 설희 커플은 오랜 시간 다정하게 사랑하다 새로운 여자의 등장으로 위태위태하다. 더군다나 설희보다 스펙이 훨씬 뛰어나고 규만이의 사회적 성공에도 큰 도움이 될 만한 아가씨라 위험성이 아주 크다.

　작가는 이런 두 커플을 놓고 묻는 듯하다. 오랫동안 못 알아챘다가 이제야 깨달은 사랑과, 잘 지내오다가 흔들리는 사랑. 사랑의 다양한 모습이 어떠하냐고. 그 모든 소동과 감정의 난리법석을 겪어야 하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열심히 사랑하는 게 좋지 아니하냐고.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