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올 프로그래밍 차질

- 다이빙벨 갈등 중재도 난항
- 정상화 위한 개혁 빨간불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전례 없이 중요한 갈림길에 들어섰다. 지난달 19일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본지 지난달 20일 자 2면 등 보도)로 당장 올해 10월의 제22회 BIFF 개최를 둘러싼 중요한 결정과 준비 과정에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최근 BIFF 운영과 관련한 불안정 요인에 대한 '정상화' 대책 및 지역 영화계, 부산시 등과의 소통 확대 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그만큼 '김지석의 빈자리'는 크고 BIFF의 고민은 깊은데 현재로는 뾰족한 대안을 찾기 힘든 국면이다.

BIFF는 해마다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프로그래머와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것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그해 영화제의 프로그래밍에 들어간다. 하지만 올해 칸국제영화제 기간 현지에서 BIFF의 수석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김 부집행위원장이 타계하고 말았다. 수석 프로그래머라는 '컨트롤타워'가 없어진 상태가 된 것이다.

특히 BIFF의 핵심 영역인 아시아 영화 부문에서 김 부집행위원장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 BIFF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재 BIFF에 그런 김 부집행위원장을 대체할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현재 BIFF의 프로그래머 6명 가운데 3년 전 영입된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김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아시아 영화 부문을 맡아 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담당 지역이 겹치지 않게 업무를 분담했다. 게다가 프로그래머 업무의 중요한 요소인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해당 지역 영화에 관한 경험에서 김 부집행위원장의 존재감을 누구도 대체하기 힘들다. BIFF는 자체 역량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BIFF 관계자는 "당장 새 프로그래머 영입 논의 계획 등은 없다. 현재의 프로그래머들이 협력해 올해 영화제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 'BIFF의 분위기 반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최근까지 정치적 갈등을 겪은 BIFF에 관해 그간 영화계에서는 이른바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BIFF 측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시한 정관 개정 등으로 정상화는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안팎의 불안정 요인은 존재한다.

BIFF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사무국을 통해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구성원의 뜻을 모아 올해 영화제를 잘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