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푸른 산에 둘러싸인 청정마을에는 sns에 신(新) 전원일기를 써 내려가는 '얼짱 농부' 송주희 씨(29)가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곱게 단장하고 밭으로 출근한다. 지게차 운전은 기본, 40kg짜리 콩자루도 번쩍번쩍, 뱀과 셀카를 찍는 씩씩한 주희씨, 올해로 농부 4년차다.

(사진=KBS 1TV '인간극장')

꽃같은 그녀는 어떻게 농부가 됐을까? 4년 전, 메주를 쑤던 엄마 김순자(62)씨에게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 손가락 접합 수술이 실패했다. 그러나 가족을 힘들게 했다는 자책감이 더 컸고, 순자 씨에게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항상 강해만 보였던 엄마의 약해진 모습을 보자,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막내딸 주희는 엄마 곁에 남았다. 엄마가 울면 타박하고, 엄마가 쑥을 뜯으러 가면 함께 쑥을 뜯었다.

막내 덕분에 되찾은 엄마의 미소. 그렇게 엄마를 따라 다니며 농사를 돕던 꽃처녀. 아픈 엄마와 나이 드신 아버지 곁을 지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마을 할머니의 도토리를 팔아준 주희 씨. 그때 이틀 만에 6만원을 벌었고, 꽃처녀는 농부가 됐다. 딸 넷 중의 막내 주희 씨는 세 언니들에겐 각별하다. 결혼한 자신들을 대신해 엄마 곁을 지켜준 동생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 일주일이 멀다하고 찾아오는 우애 좋은 송씨네 딸들과 가족들… 엄마는 울타리가 돼준 이들을 위해 두부를 만들고 떡을 준비한다.

고향에서 4대째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 송임수(73) 씨- 늘그막에 농사를 줄여가던 차에 막내딸이 농사를 지어보겠단다. 크게 반대 하지 않았던 건, 제풀에 꺾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 그런데 벌써 4년이 흘렀다. 아버지를 따라 새벽이면 밭에 나오고, 들깨 품종을 연구하고, 방치된 작목반의 기름 가공 기계도 기술자와 함께 직접 고친 당찬 딸. 아버지는 4년 만에 딸에게 트랙터를 가르친다.

그래도 젊은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시골. 노인대학에서 한글도 가르치고 직거래 장터를 찾아다니며 기름 홍보에 힘쓰는 꽃처녀 농부… 사실, 농부가 되겠다는 막내의 선택을 가족 모두 반대했었다. 더구나 농사짓는 척 하는 건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에, 그야말로 '미녀는 괴로워!' 그러던 중 올 3월 인디밴드 가수인 김윤철(30) 씨와 결혼을 했다. 농사짓는 미녀와 훈남 가수의 만남, 농부 아내가 외부 강연을 가면 가수 남편이 매니저 역할을 한다. 주희 씨도 남편 녹음실에 도시락을 싸다주고 공연장을 찾으며 내조에 힘쓴다. 윤철 씨와 함께 간 강릉 공연,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 공연이 중단되고 마는데…

엄마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농부가 된 꽃처녀-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함께 써가는 행복한 전원일기가 지금 시작된다.

권영미 기자 kym850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