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역적'은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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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역적 캡처 |
정치력이 있는 홍길동 이라니. 반정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조작하는 세력의 수장이 양반의 핏방울 하나 없는 씨종 아모개의 아들 홍길동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해 울고 분해하던 원작의 홍길동보다 몇걸음이나 훌쩍 자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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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역적 캡처 |
녹수가 소복을 입고 걸어가다 백성들에게 돌에 맞아 죽는 장면의 연출도 좋다. 살려주려던 길동의 호의를 마다하고 죽음을 택한 녹수는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라며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임금의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 게 스스로이니 끝을 맺는 방식도 자신이 택한다 했다.
이전의 사극 같으면 녹수의 이마에 선혈이 흐르고 바닥에 쓰러질테지만 이 드라마에선 돌더미가 무덤을 이루고 고운 꽃신만 나뒹군다. 문학적 상상력이 있는 연출이랄까.
음악도 꼭 칭찬하고 싶다. 일반적인 가요 ost가 아니라 사극의 느낌을 잘 살린 민요풍의 노래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드라마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 잘 살려주는 건 말할나위 없다.
주인이었던 수학이가 노비가 되고 그 어미가 죽게 되자, 주인에게 낫을 들고 덤비는 장면은 수미쌍관 같다. 길동이의 아비가 자신의 일생을 망친 주인을 낫으로 처단하는 드라마의 시작을 떠올리게 해서다.
아모개가 짐승같은 것들은 이렇게 치워버려야 하는 걸 왜 몰랐을까라며 읍조리는 장면이었다. 노비에서 인간으로 자각하는 순간인 거다. 주인을 해하려다 실패해 옥에 갇힌 수학앞에 나타난 길동이는 이제 알겠냐고. 너희가 우리에게 한 일이 어떤건지 라며 속시원한 복수를 한다.
밟히면 발끈하는게 당연한 거다. 다시 밟히기 싫으면 힘을 모아 대항해 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길동이는 익화리 패거리들과 성을 만들어 나눠가지며 공동체를 꾸렸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서로를 지켜가며 살아남았다.
백성들 속에 섞여 살다가 시절이 수상해지면 다시 나타나는 홍가들은 그 자체로 옛날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 입에 기억에 오르내린다. 어릴 때 '이야기속 인물들이 책 속에선 그들의 삶을 계속 살아가고 있겠지'란 생각을 했었다. 역적 속 홍가들도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하는 포근한 연출에 다시 한 번 박수를.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