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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역적'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

  • 최영지 기자
  •  |   입력 : 2017-05-17 08: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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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역적'은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다.
   
사진=역적 캡처

정치력이 있는 홍길동 이라니. 반정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조작하는 세력의 수장이 양반의 핏방울 하나 없는 씨종 아모개의 아들 홍길동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해 울고 분해하던 원작의 홍길동보다 몇걸음이나 훌쩍 자란 모습이다.
   
   
사진=역적 캡처

녹수가 소복을 입고 걸어가다 백성들에게 돌에 맞아 죽는 장면의 연출도 좋다. 살려주려던 길동의 호의를 마다하고 죽음을 택한 녹수는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라며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임금의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 게 스스로이니 끝을 맺는 방식도 자신이 택한다 했다.

이전의 사극 같으면 녹수의 이마에 선혈이 흐르고 바닥에 쓰러질테지만 이 드라마에선 돌더미가 무덤을 이루고 고운 꽃신만 나뒹군다. 문학적 상상력이 있는 연출이랄까.

음악도 꼭 칭찬하고 싶다. 일반적인 가요 ost가 아니라 사극의 느낌을 잘 살린 민요풍의 노래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드라마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 잘 살려주는 건 말할나위 없다.

주인이었던 수학이가 노비가 되고 그 어미가 죽게 되자, 주인에게 낫을 들고 덤비는 장면은 수미쌍관 같다. 길동이의 아비가 자신의 일생을 망친 주인을 낫으로 처단하는 드라마의 시작을 떠올리게 해서다.

아모개가 짐승같은 것들은 이렇게 치워버려야 하는 걸 왜 몰랐을까라며 읍조리는 장면이었다. 노비에서 인간으로 자각하는 순간인 거다. 주인을 해하려다 실패해 옥에 갇힌 수학앞에 나타난 길동이는 이제 알겠냐고. 너희가 우리에게 한 일이 어떤건지 라며 속시원한 복수를 한다.

밟히면 발끈하는게 당연한 거다. 다시 밟히기 싫으면 힘을 모아 대항해 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길동이는 익화리 패거리들과 성을 만들어 나눠가지며 공동체를 꾸렸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서로를 지켜가며 살아남았다.


백성들 속에 섞여 살다가 시절이 수상해지면 다시 나타나는 홍가들은 그 자체로 옛날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 입에 기억에 오르내린다. 어릴 때 '이야기속 인물들이 책 속에선 그들의 삶을 계속 살아가고 있겠지'란 생각을 했었다. 역적 속 홍가들도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하는 포근한 연출에 다시 한 번 박수를. 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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