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없는 도시화 인간 다룬
- 신작 '콘크리트 인간' 선보여

- 16일 해운대문화회관 공연

	댄스 프로젝트 에게로 이용진 대표와 단원들이 오는 16일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창단 공연 '콘크리트 인간'을 연습하고 있다. 댄스 프로젝트 에게로 제공

여기 끝없이 춤 '에게로' 향하는 춤꾼이 있다. 지금은 활동을 멈췄지만, 한때 부산 춤판의 선명한 존재였던 남성 현대무용단 'M-note'(이하 엠노트) 출신으로, 부산에서 전형적인 젊은 남성 현대춤꾼의 길을 걸어 온 이용진(33·사진)이다.

그는 10대에 춤을 춘 이후 줄곧 여러 무대에서 각광 받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수차례 허탈감을 겪고 충전과 방전을 거듭했다. 서른이 된 2014년 '이쯤에서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는 춤꾼" 이용진은 댄스 프로젝트 '에게로'(EGERO)를 창단하고 연습실을 마련했다. 오는 16일 오후 8시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3년 만에 정식 창단 공연을 여는 이용진 대표를 인터뷰했다.

"제가 댄스프로젝트 '에게로' 대표이지만 서류상으로는 '무직'이에요. 춤 말고는 달리 활동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춤만으로도 살아져요." 이 대표의 화법은 투박하고 솔직했지만 되려 진지하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는 그의 20년 춤 이력이 이를 뒷받침했다. 중학교 때 스트릿댄스에 심취한 후 춤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실용무용과로 진학했다. 이후 국악, 무술, 동양적 사유가 좋아 한국 춤을 배웠다. 제대 후 경성대 무용학과로 편입해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작품 가운데 한 동작으로 춤꾼들이 손을 맞잡은 모습.

그는 주변의 모든 춤꾼을 스승으로 삼았다. 그중 2012년 졸업 후 본격적으로 활동한 엠노트는 지금의 이용진을 있게 했다. "가족이었어요. 우상이라 할 수 있는 신승민 형이 대표였고, 저는 실력을 키워 엠노트에 힘이 되고 싶었죠." 부산 첫 남성 현대무용단 엠노트는 2012년 부산국제무용제 AK21 국제안무가 육성 경연 대상을 받고, 2013년 부산무용제에서 대상, 안무상, 남녀 연기상을 휩쓸었다.

엠노트에서 '단원에게 기능을 지시하기보다 마음을 모으는 일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체험한 그는 2014년 창단한 팀의 이름을 '에게로'라고 지었다.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나타내는 '에게'와 '로'의 결합어인 '에게로'는 관객에게 주는 느낌과 작업자 간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에게로는 여러 무대에 올랐고, 2015년 새물결 춤 작가전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3년간 이력을 바탕으로 올해 초 부산문화재단의 기초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돼 창단 공연 '콘크리트 인간'을 열게 됐다.

'콘크리트 인간'은 메마르고 딱딱하고 감정 없는 현대인을 빗댄 말이다. 1부 선라이즈와 2부 선셋으로 나눠 과거 인류와 도시화한 인간을 다룬다. "하루 일을 말끔히 마치고 집에서 편히 잠드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편안하게 죽음을 맞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지 못하는 원인은 내게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녹여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김현진, 강건, 김유성 등 에게로 정식 단원과 벨기에 현대무용단 세드라베의 이상훈, 엠댄스시어터의 이수향, 온댄스랩의 권수정, 강미리할무용단의 곽민지 등 객원 단원이 출연한다. 그래서 부산 젊은 춤꾼들의 '오늘'을 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여러 단체와 협업하고 서로를 환기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처럼 에게로도 춤꾼들 간 네트워크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춤꾼 이용진의 미래는 어떨까. "'앞으로'를 생각하지 않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다만 '춤을 계속 출 것' '작품을 할 것' '나하고 만난 사람들이 행복할 것'이라는 정도의 좌표는 두려고요." 2만 원. 070-8878-0188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