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헌법학은 헌법학자 고려대 이준일(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 사회를 뒤흔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촛불집회, 박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보며 각각의 사안에서 제기된 헌법적 쟁점에 대해 쓴 글이다. 지난해 5월 불거진 이화여대 사태가 어떻게 대통령 탄핵이라는 한국 정치사의 또 다른 격변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런 일련의 사건에서 '헌법'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담았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대한 헌법학자의 '비평적 리뷰'라고도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과 관련해 생명권 보호 의무와 성실한 직책 수행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판단했다. 저자는 "이런 대규모 국가 재난에 즈음해서도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가 부인되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못해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보장은 앞으로도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는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헌법을 만든 국민이라고 강조한다. 국민 주권의 의미는 선거에서 대표(대통령과 국회의원)를 선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대표가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은 존재가 국민이다. 즉, 살아 있는 헌법은 살아 있는 주권자로서 국민이 있을 때만 유지된다.

어떤 중요한 국가 의제도 일단 결정되면 찬성했던 사람과 반대했던 사람 간에 감정의 골이 남는다. '일정한 냉각기'가 필요하다. "이런 쓰라린 경험의 생채기가 남아 있어야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헌법 위반 행위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