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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가 만들어낸 '경제적 인간'

차가운 계산기, 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필립 로스코 지음/홍기빈 옮김/열린책들/1만7000원

  • 조봉권 기자
  •  |   입력 : 2017-04-28 19:48:0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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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이타적·미학적 등
- 다른 모든 요인은 버리고
- 편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 현대사회 흐름에 대한 의문

필립 로스코의 차가운 계산기, 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를 요약하자면,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의 번역 후기를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
   
"이것이 이 책의 중심적 주장인 경제학의 '수행성'이다. 즉, 경제학은 현상을 기술하고 분석하는 과학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만들어 내는 하나의 능동적 장치(agent)인 셈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부딪히는 숱한 문제들에 대해 모조리 저 허구적인 비용-편익 분석이라는 일괄적인 틀로 결정을 내려놓고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자위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는 계산적·이기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도덕적·이타적·미학적·성적·종교적·유희적·제작적 등등의 인간이기도 하다."(이상 373~374쪽)

저자 필립 로스코는 이 책에서 '슈퍼 괴짜 경제학'(레빗과 더브너 공저)이라는 인기 경제학 서적에 나오는 '행복한 매춘부 앨리'의 사례를 소개한다. "머리 좋고 능력 있으며 사무기기를 잘 다루는 데다가 육체까지 매력이 넘치는" 여성 앨리는 어느 순간 직장의 일 대신 남성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시작한다. 그 바람에 앨리의 근무시간은 줄어들고, 수입은 크게 늘어난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기준으로 보면 앨리의 선택은 매우 바람직하다. 투입되는 자원을 줄이고도 훨씬 큰 편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와 사유구조가 '차가운 계산기'로 표상되는 학문인 경제학이 내재되어 우리 삶과 사회와 나라를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과연 효율성을 이유로 아무런 거리낌도 주저함도 없이 노동 대신 성매매를 택하는 앨리와 같은 '경제적 인간'은 과연 바람직한가. 그런 존재가 현실에 있기는 한 건가?

경영학자이면서도 멋진 문장력을 가진 필립 로스코는 경제학을 '뒤집는다'. 경제학이 우리 삶과 사회 그리고 국가와 세계에 무척 중요한 경제 영역과 관련한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과학'이라고 많은 사람이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경제적 인간'(앨리처럼 다른 요인은 모두 버리고 오로지 편익만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이라는 가정 자체를 근본에서 의심한다.

   
"산업 하나를 완전히 재구성하고, 거기에 결부되어 있는 모든 사회적 유대와 감정과 애정을 끊어버리고, 그 대신 경제적 인간들로 새로이 채워 버리는 것. 이는 실로 몇십 년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다."(152쪽)

무엇보다 이 책은 비판적 관점을 지니면서 근현대 경제사를 공부하려는 독자나 경제라는 주제를 놓고 깊고 흥미 넘치게 사유하고 싶은 이를 위한 아주 멋진 경제학 에세이다. 조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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