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숙한 천재들…걸작' 협연
- 13년 만에 부산 다시 찾아
- 제자 서울시향 최수열 지휘 맡아

오는 14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조숙한 천재들 그리고 그들의 걸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연 피아니스트 강충모(57)다. 강충모는 2003년 10월 부산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협연을 통해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그가 13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최수열 부지휘자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강충모와 인터뷰했다.

	부산시립교향악단. 부산시립교향악단 제공

국내 최정상급 피아니스트 강충모는 1999년부터 5년간 고행 끝에 '바흐 전곡 시리즈'를 연주하며 한국 피아노 연주사에 큰 획을 그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연주인 데다 그의 '외골수적인 몰입의 극한을 견디는 구도자의 모습'은 음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한 강충모는 교육자로서 재능도 겸비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를 지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를 거쳐 현재 일본 토호음악원 초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자주 오간다. 워낙 볼거리가 많아 부산에 자주 쉬러 가는 편이지만, 연주회는 2003년 이후 처음"이라며 근황을 전했다. 특히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에 관해 "아주 재미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흡족해했다.

	오는 1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강충모.

이번 연주회가 내세운 주제는 '조숙한 천재들 그리고 그들의 걸작'이다.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음악성으로 많은 걸작을 작곡한 천재 모차르트와 R.슈트라우스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강충모는 모차르트가 청년 시절 만든 '피아노 협주곡 제20번'을 협연한다. 모차르트 최초이자 몇 안 되는 단조 피아노 협주곡으로, 피아노의 기교가 눈부신 것은 물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화려해 걸작으로 꼽힌다. "말도 못하게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강충모는 표현했다.

"모차르트는 수수께끼 같은 작곡가예요. 베토벤, 브람스 같은 작곡가는 자기가 연구해서 쓴 듯한 흔적이 있는데 모차르트의 능력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젊은 나이에도 모차르트는 순수함 속에 깊이까지 담은 음악을 선사했어요. 불가사의하죠.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젊은 나이에 어둡고 슬픈 면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2악장에서 천사 같은 피아노 소리가 대조를 이뤄 또 감탄합니다."

	서울시향 최수열 부지휘자.

강충모는 서울시향 최수열(사진) 부지휘자와 호흡을 맞춘다. 2014년 '포브스 코리아 2030 파워 리더 30인'과 2012년 월간 객석 '차세대를 이끌 젊은 예술가 10인'에 지휘자로서는 최초로 선정된 최수열 부지휘자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젊은 지휘자로 손꼽힌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다. 강충모가 한예종에 교수로 있던 시절 최수열은 학생이었다. 강충모는 "직접 가르친 적은 없지만 워낙 학생 때부터 유능해 '저 친구는 뭔가 큰일을 해내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굉장히 기량이 뛰어난 프로페셔널 지휘자로 성장해 기대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부산시향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에 이어 R.슈트라우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동명 철학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슈트라우스가 만든 교향시다. 작곡 당시는 32세로 명성과 창작력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다. 웅대하고 풍부한 악상, 치밀한 묘사력, 탁월한 관현악 기법으로 교향시 장르의 최대 걸작으로 꼽힌다. 5000원~2만 원. (051) 607-3111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