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서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 '불교신문' 기고문 다듬어 편찬
- 경험·일상 사례로 풀어낸 교리서
- 인세 수익 교육관 건립 기부 계획

- "권력·재물·건강 영원하지 못해
-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 무상과 변화의 진리 발견하면
- 자리에 연연않고 툭툭 털수 있어"

부산 금정구 범어사 교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범수 스님이 새 책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을 펴냈다. '불교신문'에 일주일에 한 편, 1년간 기고한 글을 다시 다듬었다. '법구경' '화엄경' '대지도론' 등 불교경전과 논서 50종을 인용해 그 참뜻을 자신의 경험과 일상의 사례로 쉽게 풀어냈다. 생애 첫 책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 북콘서트를 마친 범수 스님을 범어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 금정구 범어사 교무국장 범수 스님. 스님은 최근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을 출간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범수 스님은 '불교신문'에서 불교 교리를 연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에는 "교수가 더 잘 쓸 것 같다"고 사양했다. 하지만 "현장에 계신 분이 더 잘 알 것 같아서요"라는 담당 기자의 한마디에 마음을 바꾸었다. 스님은 2000년대 초반 군민이 2만 명 남짓한 지역에서 사찰 주지 소임을 본 적이 있다. 신라 시대 창건된 고찰이었지만 일 년에 법회는 딱 네 번, 신도 수는 열 명도 안 됐다. 환갑을 훌쩍 넘긴 보살님이 가장 젊었다.

그런 상황에서 스님은 연합 불교대학을 개설했다. 불교대학에 모인 사람들은 교리 수업이 진행될수록 '믿고' '바라는' 단계를 넘어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불자가 되어갔다. 합창단과 봉사단 등을 만들어 지역에서 자비행을 실천했다. 이를 취재한 기자가 연재를 부탁한 것이었다.

연재를 수락한 뒤에는 어떻게 쓰느냐가 고민이었다. "공찰(公刹) 세 곳에서 주지로 있었는데 매번 불교대학을 개설해 신행을 다듬고, 교리를 모르는 분들을 이끌었습니다. 그때마다 교재의 아쉬움이 컸어요. 개론서는 딱딱하고 너무 이야기로 풀면 논리가 약하고. 병원인가 은행에 갔는데 만화로 된 수학책이 있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10분 만에 이해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다, 나는 왜 여태 몰랐을까' 싶었어요. '백유경'이라고 이야기로 풀어놓은 경전이 있습니다. 그런 형식을 빌려 읽기 쉽게 썼습니다."

스님은 "불교와 비불교의 기준인 삼법인(무상·무아·열반)을 뿌리로 삼고 여러 경전과 논서에 소개된 부처님 말씀을 '줄기'로, 일상의 이야기를 '잎사귀' 형식으로" 썼다. 스님의 부끄러운 경험도 들추어낸다. 한때 귀신을 두려워했던 일을 밝히며 "마음이 사라질 때 온갖 경계도 사라진다"는 '능가경'의 가르침을 전한다. 산에서 본 풀이 혹시 난일까 싶어 화분에 옮겨 심었던 일을 떠올리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의 중요성을 "참괴(慙愧)를 아는 자는 결정코 통달하지만, 참괴를 모르는 자는 결정코 통달하지 못한다"는 '본사경' 구절로 전한다.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은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고(苦)'이다. '고'는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누구를 특정하지 않고 '참 고우시네요'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하면 다들 본인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아요. 반면 '세상에 이런 사람이 다 있습니다, 마땅히 비난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하면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합니다. 권력 재물 명예 젊음 건강 등 영원할 수 없을 것을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현명한 사람은 왕성할 때 소멸을 동시에 봅니다. 인연을 따라 왕성해졌으니 언젠가 소멸하겠구나 생각합니다."

스님은 늘 경전을 보고 사유한다. '금강경'을 가장 즐겨 본다. "금강경은 냉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갖췄죠. 사람 관계도 정에 매이면 좋은 것만 보려 합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정에 매이면 격려만 하게 되지만, 진정한 친구는 쓴소리도 하죠. 금강경을 읽으면 격려와 견책 두 가지 안목을 모두 갖출 수 있습니다."

범수 스님은 30여 년 전 범어사에서 출가한 뒤 다른 사찰에서 소임을 보다 지난해 교무국장으로 범어사로 오랜만에 돌아왔다. 교무국장은 교육은 물론 전통 의례·의식을 주관·진행하고 스님들 고충도 상담하는 직책이다. "범어사에 1년 정도 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자유롭다"는 범수 스님은 '프로필' 밝히기를 꺼렸다. '범수(梵水)'라는 법명처럼 "물처럼 흘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흐르는 물을 잡아두면 그 물은 썩고, 무상과 변화의 이치를 알면 연연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난다"고 말했다.

다만, 언젠가 써두었던 짧은 글 "금정(金井)의 깊은 곳에서 유영하는 범어(梵魚)가 때를 따라서 거북이나 자라의 모습으로 나타나네"로 소개를 대신했다. 범수 스님은 인세 수익 전부를 범어사 선문화교육관 건립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