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노라마로 찍은 '소금춤' 등
- 해운대와 기장원전 일상 풍경
- 평온하지만 불안한 징후 담아
- 내달 10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핵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아요.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에 가도 쓰나미가 할퀸 자국과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이 보일 뿐 핵으로 인한 문제는 안 보이죠. 고리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보기엔 평온하죠. 하지만 가까이서 보아온 저는 항상 불안을 느낍니다. 이번 작업은 제가 느낀 어떤 낌새들, 징후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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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하 사진가가 부산 해운대구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다음 달 10일까지 열리는 '모래 아이스크림-정주하 전'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 기자 seosy@kookje.co.kr |
사진가 정주하(59)가 부산 해운대구와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그 사이에 있는 기장군의 풍경과 일상을 담았다. 해운대구 고은사진미술관 연례기획 '부산 참견록'의 다섯 번째 프로젝트 '모래 아이스크림' 전이다. 전북 완주군에 사는 정 작가는 지난 일 년 한 달에 두세 번, 한 번에 삼사일씩 부산에 머물며 해석하고 기록했다.
'부산 참견록'은 매년 한국의 중견 사진가 한 명을 선정해 부산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기록하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무엇을 볼 것인가'는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려있다. 정주하가 부산에서 '원자력발전소'를 본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는 2003년부터 핵 문제에 천착했다. 2008년 원전이 있는 영광·고리·울진·월성 주민의 일상을 촬영한 '불안, 불-안' 전을 열었고, 후쿠시마 주변을 촬영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전을 한국과 일본에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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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불-안Ⅱ' 섹션의 작품. 사진 속 어린이가 전시제목 '모래 아이스크림'의 영감을 준 세하. 세하 뒤로 고리원전이 보인다.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정주하가 본 부산은 '모래 아이스크림'처럼 모순적이다. 한여름 수백만 명 관광객이 다녀가는 한국 최고 관광지 해운대와 고리원전은 너무도 가깝다. 고리원전이 자리한 기장의 풍경은 무심하기만 하다. 그는 "임랑해수욕장에서 흙장난하던 꼬마가 '안 돼, 이건 모래 아이스크림이라 못 먹어'라 말하는 것을 듣고 깨달았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문명의 이기다. 우리는 원전이 만들어낸 전기로 유지하는 문명에 취해 있다. 그 아이스크림이 모래로 만든 것이라면? 모래가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우리가 미래에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혹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안의 징조를 네 개 주제로 펼쳐 보인다. 움직이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듯 표현한 '바람 아래 물', 고리원전이 지척에 있는 임랑해수욕장과 원전 주변 해안가 풍경을 아이러니하게 밝은 톤으로 담은 '불안, 불-안Ⅱ', 러시아산 대게 가게가 성업하는 기장시장 등을 담은 '기이한 장(場)', 마린시티의 고층건물과 해운대해수욕장을 왜곡시킨 파노라마 사진으로 불안의 징조를 시각화한 '소금춤'이다.
정 사진가는 "여러 방식으로 불안의 징후를 재구성 했다. 핵에너지가 가진 엄중한 불안, 거기에 내재한 허망한 미래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10일까지.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