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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9> 채식과 육식의 겸상

모든 것은 극단적인 것보다 중도 자세가 좋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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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3-31 19:41:32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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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공부하는 스님이 저녁 식사 대신으로 맛이 퍽 고급스러운 채식 햄버거를 사 왔다. 이 햄버거는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잘 팔리고 있는 인기 상품의 하나라고 한다. 불교의 식사를 특징짓던 채식이 우리 사회에서도 서서히 하나의 문화적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이다. 불교에는 육식을 금하는 계율이 있다. 그래서 육식을 하는 스님들을 심하게 비판하는 사회적 반응을 간혹 접하게 된다. '중이 고기를 먹는다'는 말이 스님들에 대한 최고의 모욕적 언사가 되기도 한다.
   
사찰에서 스님들의 식사법인 발우공양을 체험하는 아이들. 국제신문 DB
사실 육식 금지의 계율은 중국 불교의 창안이다. 이는 남전불교나 티벳불교에서 육식을 금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당장 확인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중국 불교에 육식을 금지하는 규율이 있게 된 것일까? 중국 불교의 육식 금지 계율은 불심천자로 불렸던 양무제에서 시작된다. 양무제는 '육식을 하면 자비심의 씨앗이 끊기게 된다'는 '열반경' 등의 구절에 따라 4차에 걸쳐 불교계에 술과 육식을 금지하는 조칙을 반포하고 그 시행을 독려하기 위한 법회를 개최한다.

당시 불교계 지도자들은 부처님의 법에 육식을 금하는 계율이 없음을 들어 반대의견을 표한다. 불교의 전통계율인 '십송율' 등에 육식 금지의 계율이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전통적으로 자기에게 주기 위해 살생을 했다고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되는 고기가 아니라면 먹어도 무방하다는 삼정육(三淨肉)의 계율이 반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양무제는 육식을 금지하는 계율을 강하게 추진하여 결국 관철시킨다. 이에 따라 육식금지에 대한 계율이 담긴 '범망경'이 권위적인 계율서로 확립된다.

육식과 관련하여 부처님을 열반에 이르게 한 마지막 공양에 대한 관점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중국 불교의 영향을 받은 학자들은 춘다가 올린 스카라맛다와라는 공양물이 전단나무에서 나는 버섯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비해 육식에 대해 큰 금기가 없는 남전불교에서는 이것을 어리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신선한 돼지고기로 해석한다.
그런 점에서 육식인가, 채식인가를 두고 지나치게 집착하는 일은 불법의 실천에서 중요한 일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육조 혜능 스님은 사냥꾼의 무리 속에 숨어 살면서 고기를 삶는 솥에 채소를 익혀 먹었다. 스님은 이것을 고기 옆의 나물 요리라는 뜻에서 육변채(肉邊菜)라 불렀다. 이것이 고깃국물이 닿지 않는 솥의 가장자리에서 익힌 채소였다고 해석하는 불교인이 있기도 하지만, 육식의 여부는 자성을 바로 보는 일을 불교의 생명선으로 생각하던 혜능 스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에 속한다.

그럼에도 고기 솥에 채소를 익혀 먹었던 스님의 행동은 꽤 상징적이다. 일종의 육식과 채식의 겸상이라 할까, 스님의 이 행동에는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는 중도의 실천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스님은 고기 옆에서 공양하면서 고기에 물들지 않았다. 고기를 먹지도 않았고, 고기를 거절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육식과 채식의 겸상은 세간에 있으면서 세간을 벗어나는 진정한 출가정신을 구현한 현장이었다고 이해되는 것이다. 어디 육식과 채식뿐이랴. 불교는 선과 악을 겸상하고, 좋고 싫음을 겸상하는 자리에 우리를 초대하여 지금 여기에 온전히 살게 한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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