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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교수의 화교역사문화답사기] <5>선전, 화교들이 만든 부자 도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24 17: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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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에서 경제특구로

선전(ShenZhen)이라는 도시명은 1979년 3월에 중국 중앙정부와 광둥성 정부가 보안현(寶安縣)을 선전시로 개명하면서 역사에 등장했다. 같은 해 11월에 선전시는 광둥성 1급 직할시로 승격됐다. 선전의 역사 역시 답사기 2편에서 소개한 홍콩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청나라는 영국과 난징조약, 베이징조약을 체결한 후, 홍콩섬을 비롯한 구룡반도 일부를 영국에게 할양하게 되는데, 원래 청나라 신안현(新安縣)에 속해 있던 3076㎢의 토지 중 34.3%를 영국 관할 홍콩에게 할양하고, 나머지가 지금의 선전시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선전 로후커우안 전경. 김동하 교수

1979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결정하기 전 선전시는 선전강이 흐르는 조그만 어촌에 불과 했다. 1980년 8월 26일,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광동성경제특구조례>를 통과시키고 선전시에 '경제특구'를 설치했다. 이후 선전은 부성급 도시(1981년 3월), 계획단열시(1988년 11월)로 승격되어 외자를 자유롭게 유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으며, 증권거래소 설치(1990년 12월)를 통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자본주의' 실험장이 되었고, 중국 최초 농민이 없는 도시(2004년) 등으로 경제적인 부를 구가하게 된다.

인구 1190만명으로 성장한 지금의 부자 도시 선전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수도 없이 많지만, 중국 최초 1인당 GDP 1만달러 초과 도시(2007년)와 중국 내 임금이 가장 비싼 도시라는 '자랑'이 대표적이다. 2017년 선전시 최저임금은 2030위안(약 35만 원)으로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귀주성 구이양시(1600 위안)보다 27%나 높다.



1국가 2체제를 경험하며
오성홍기와 홍콩특별행정구기. 김동하 교수

이번 답사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루트는 바로 홍콩에서 선전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선전과 홍콩은 출장이나 여행으로 수차례 각각 방문한 적은 많지만, 두 도시를 걸어서 건너간 적은 아직 없다. 덩샤오핑은 1997년 7월에 영국으로부터 돌려받을 홍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1국가 2체제라는 세계 최초의 실험을 하기로 결정한다. 즉, 중국 대륙의 사회주의를 홍콩에 적용하지 않고, 기존 영국식 민주주의 시스템을 중국 반환 이후에도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중국 오성홍기와 홍콩특별행정구기가 같이 걸려있는 지금의 홍콩은 여전히 영국식대로 기존 정치·경제·사회·교육은 물론 사법·의료 시스템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핸들이 오른쪽에 달린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고 있으며, 국회의원 일부는 직선제로 뽑히고 있다. 중국은 홍콩에 대한 외교권과 국방권을 보유하고, '홍콩특별행정구'라는 별도의 자치행정조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홍콩에서 선전으로 건너가는 것은 중국이라는 한 나라(1국)에 존재하는 2가지 체제(사회주의와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전과 홍콩의 경계는 커우안(口岸)이라고 한다. 중국어로 커우안은 항만(Port)이며, 또 다른 뜻은 국경 혹은 무역지점에 설치된 통상항구이다. '커우안'은 홍콩과 선전이 갖는 특수성을 투영한다. 나라 간의 국경(border)이 아니므로, 국경을 뜻하는 중국어인 변경(邊境)을 쓰지 않는다. 중국 땅이 되었지만 중국인들은 홍콩을 자유롭게 갈 수 없다. 마치 다른 나라를 갈 때 비자를 받듯이 홍콩·마카오 왕래통행증(往來港澳通行證)이라는 별도의 증명서를 수속해야 한다. 종류별로 다르지만 관광 목적의 중국인들은 1회 7일간 홍콩에 체류할 수 있다. 반면에 여기에도 차별이 존재한다. 홍콩인들이 선전을 갈때는 '홍콩·마카오 동포 왕래 내륙통행증(港澳居民來往內地通行證)'을 발급 받아야 하는데, 이 증명서는 2008년까지는 '홍콩·마카오 동포 귀향증'이라고 불렸다. 홍콩인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조국인 '고향'에 가는 것이므로 체류 제한은 없으며 '귀향증' 유효기간(보통 10년) 동안 자유롭게 머물수 있다.
홍콩-마카오 왕래통행증. 선전출입관리국 홈페이지

홍콩과 선전간을 왕래할 수 있는 커우안은 모두 8개가 있으며, 이중 2개는 유람선만 다닐 수 있는 항구이며, 3곳은 신선식품 및 공용차량 등 특수목적 차량만 통행할 수 있거나, 화물용으로 전문화 되어 있다. 개인이 통행하는 대표적인 커우안은 3곳(로후·푸톈·황강)인데 우리는 이중 로후(羅湖)로 향했다. 로후는 홍콩에서 선전 방향의 지하철 종점이며, 선전에서 홍콩방향 최종 지하철 역이기도 하다. 홍콩 로후 지하철 역을 나서면 바로 선전 로후 커우안으로 연결통로가 있으며, 이곳에서 우리는 중국 입국수속을 거치고 도보로 홍콩과 선전을 경계 짓는 선전강 위의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를 바삐 건너고 있었지만 나는 중간에 멈춰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이 간혹 있는지 다리 경계에는 '머무르지 말고 이동하시오'라는 중국어 경고문이 있는 것이 아쉬웠다.
선전 푸톈 커우안에서 바라본 철조망 바깥 쪽의 홍콩. 김동하 교수

나는 좀 더 생생한 홍콩과 선전의 경계선을 보기 위해, 또 다른 커우안인 푸톈 커우안을 찾았다. 두 도시간에는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긴장감이나 무장한 경비 인원들은 볼 수 없었다. 1·2층으로 나뉜 밀폐식 다리에서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도시민들만 보였다. 사회주의 도시 선전에서 특이한 모습을 목격했다. 바로 수많은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줄을 서서 목에 통행증을 걸고 커우안을 넘어 오는 것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들은 선전에 거주하는 홍콩시민들의 자녀로, 선전과 홍콩을 넘나들면 통학을 하는 것이었다. 촬영금지 구역이여서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내 눈에는 사회주의에 살면서 민주주의를 교육받는 '신인류'로 비추어졌다.



화교들이 만든 도시

선전은 덩샤오핑이 만든 4개의 경제특구 중 하나였다. 당연히 그 목적은 선전과 마주하고 있는 홍콩의 자본, 즉 화교 자본을 유치하여 그가 추진하던 개혁개방 정책에 필요한 해외 자금을 흡수하는데 있었다. 하지만 중국경제·사회 발전의 시계를 전대미문의 혼란으로 10년이나 멈추게 만든 문화혁명이 끝난지 불과 4년만이었다. 문화혁명 시기, 해외에 나간 화교를 가족으로 둔 이들은 '반동'으로 몰려 전 재산이 몰수당하고, 농촌으로 쫓겨났다. 따라서 경제특구 선전이 만들어졌지만 '홍위병'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던 중국에 선뜻 투자할 외국기업은 아무도 없을 듯 보였다.

이때 나서기 시작한 이들이 바로 동남아의 화교들이었다. 이들의 고향은 광둥성이었고, 친척을 위해서 기꺼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리스크를 감수했다. 태국 최대 화교기업인 정태그룹(正大集團)도 그중 하나다. CEO 세궈민(謝國民)은 조부가 광둥성 출신이었다. 그는 중국 첫 번째 경제특구인 선전이 정식으로 생기기도 전인 1979년에 제1호로 선전에 등록한 최초의 외자기업이었다. 세궈민의 판단은 옳았다. 중국정부는 화교를 위한 법률·법규와 별도의 우대정책을 만들어 고국에 투자한 화교기업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현재 정대그룹은 중국 내 300여 법인을 두고 8만 명의 직원과 함께 연간 1000억 위안(약 17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선전시 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선전시가 유치한 외자는 총 255.9억 달러인데, 이중 89.3%가 홍콩·마카오로부터 투자가 되었고, 2.65억 달러(1.04%)는 대만에서 왔다. 홍콩은 투자목적회사(SPC)를 세우고 중국 내에 투자하려는 전세계 화교자본의 통로이다. 선전이 개혁개방의 첨병으로 등장한 1980년 이후 지금까지 홍콩으로부터의 투자는 90% 내외로 압도적이고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화교 자본이다. 선전은 중국 내 도시간 경제규모(GRDP) 순위에서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으나, 사회과학원, 국가발전연구중심 등에서 매년 공포하는 중국 도시경쟁력 순위에서는 상하이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결국 지금의 선전이 있기에 화교들의 공헌이 최우선인 셈이다.



선전 발전의 증거, 맥도날드

우리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으로 아직도 원래 자리에 남아있는 중국 제1호 맥도날드 지점으로 향했다. 맥도날드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1954년 미국에서 탄생한 맥도날드는 1975년에 홍콩에 첫 지점을 냈고, 드디어 중국 선전에도 등장하게 된다. 비록 개혁개방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정부주도의 계획경제에 놓여있던 당시 중국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중국 경제사에 획을 긋는 이정표였다.
선전 맥도날드 중국 1호점 전경. 김동하 교수

1990년 10월 8일 오전 선전시 해방로 광화루 서화궁에 500석 규모의 중국 최초 맥도날드 지점이 개업했다. 맥도날드(홍콩)유한공사가 4000만 홍콩달러를 전액투자했으며, 카운터에서는 홍콩달러와 위안화를 동시에 받았다. 당시 개업식에서 맥도날드는 선전시에 15만 위안의 사회복리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우리 답사팀은 27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맥도날드 중국 1호점을 찾았다. 매장은 최첨단으로 바뀌어 카운터는 사라지고 무인주문시스템 키오스크(kiosk)에서 고객들은 스크린을 터치하며 모바일 결제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지점이 2400개로 늘어난 맥도날드 1호점에서 우리는 27년 전 중국 고객들이 느꼈을 경이로움을 상상해 보며, 덩샤오핑 동상이 있는 연화산 공원으로 발검음을 옮겼다.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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