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소설 형식인 '그래픽 노블'
- 전쟁으로 분열된 그리스 아테네
- 민주주의의 탄생 과정·고통 그려

"우리가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해.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늘 제멋대로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를 참주에게서 구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시민의 꿈을 빼앗아 자신의 꿈으로 삼는 사람…. 그런 생각은 두려움과 광기를 다시 불러와" (199쪽)

궁리 제공

민주주의란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탄핵 정국은 많은 국민이 새로운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말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자세로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야 할까. 광장에 나서서 발언할 용기도 쉽게 나지 않는 대다수 평범한 우리는, 그저 마음으로 응원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어메이징 데모크라시는 2500년 전 전쟁으로 분열된 고대 그리스에서 발명된 '민주주의'의 탄생을 그리고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인들이 전쟁 중인 기원전 490년, 주인공 레안드로스가 내일의 전투를 앞두고 전우들의 기운을 북돋우려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시대적 독재정권에서 태어나 평화로운 삶을 살던 소년 레안드로스가 권력 다툼에서 시작된 광장의 칼부림으로 아버지를 잃은 후, 신들의 죽음, 거대한 이념 등에 맞닥뜨리며 '깨어있는 시민과 민주주의와 광장'이라는 이상을 생각하는 과정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그렸다.

이 책의 큰 매력은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 당대에 실존했던 인물과 아테나, 아폴론 등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곁들였다는 점이다.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 쯤 되는 그래픽 노블은 미국과 유럽에서 발달한 그림 문학이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로지코믹스'의 작화가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애니 디 도나와 문화 연구학자 아브라함 카와의 합작품이다. 강렬한 색채로 묘사된 신전과 아테네 모습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그림은 독자를 한층 몰입하게 한다. 여기에 그리스 신화들과 연결해 저자들이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는 본문 뒤에 수록된 해설과 맞춰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어메이징 데모크라시'는 어떠한 결말이나 교훈으로 끝을 맺지 않는다. 페르시아와 전투를 앞둔 밤, 레안드로스의 회상을 공유한 아테네 병사들이 시민으로서 일상의 투쟁을 생각하다가, 또 다시 전투에 나가는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는 투구를 쓰고 준비를 했다. 평범한 사람들에서 얼굴 없는 청동인으로 탈바꿈했다. 이것 또한 일체감이다. 속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일 수 있다. 우리는 명령을 따르고 심장을 굳힌다… 또 다시 나는 군중 속에 희미하게 파묻힌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