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8> 새 봄의 참선

참선, 머물려는 마음을 깨뜨려 꽃을 피우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03 20:01:48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봄이 오는가, 곳곳에 매화가 지천이다. 갑작스럽다 싶은 이 꽃의 개화를 대하며 우리는 겨울을 이겨낸 그 치열함에 감동한다. 참으로 이 꽃처럼 새로 태어남은 자기의 세계를 깨뜨리는 일과 함께 일어난다. 그러고 보니 불교는 깨뜨림의 종교이고 새로 태어남의 종교이다.
매화
특히 한국 불교의 핵심을 이루는 참선은 매 순간 깨뜨림과 새로 태어남의 정신적 개화를 실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혜능 스님은 생각 없음(무념·無念), 모양 없음(무상·無相), 머물지 않음(무주·無住)의 길을 제시하였다. 이 길은 깨뜨림과 새로 태어남의 동시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길은 세 가지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같은 자리에 도달한다. 왜 그런가? 생각 없음이라 표현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각작용으로서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모양에 따라 시비호오의 차별적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일을 가리킨다.

사실 모든 현상은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인 모양을 갖고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도 모양이고, 착함과 악함도 모양이고, 추구하거나 벗어나려 하는 것도 모양이다. 심지어 공조차 있음에 상대되는 없음이라는 모양(공상·空相)을 갖는다. 이러한 모양을 대하되 그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는 것이 생각 없음이다. 도를 추구하고 번뇌를 버린다는 생각조차 없이, 지금 당장의 이 실상에 발 딛는 것이 생각 없음이다. 그러니까 생각 없음은 모양 없음과 동의어일 수밖에 없다.

모양 없음의 길을 제시하였지만 모양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라, 특별한 무엇을 설정하고 그것을 지향하지 말라는 뜻이다. 특히 모양이 없음을 강조하는 설법을 듣고 모양 없음을 개념화(개념이야말로 모양이다)하여 이에 집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허공과 같은 모양 없음의 차원을 따로 상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양을 대하되 그것을 둘로 차별하지 않는 데 있고 그것에 지배되지 않는 데 있다. 그것이 바로 진여와 하나되는 평등의 길이며, 우주법계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지금의 이 부처에게 돌아가는 길이다.

머물지 않음 역시 지금의 이것으로 드러난 실상과 하나로 만나는 일의 다른 표현이다.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특별한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생각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이것을 소멸할 수는 없다. 다만, 폭포와 같이 쏟아져 내리는 생각의 물방울들을 그냥 흘러가도록 놓아두면 된다. 최고의 보배인 마니주는 붉은 것이 오면 붉게 변하고, 파란 색이 오면 전체가 파랗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나가면 그 뿐, 어떤 색의 흔적도 남지 않는다. 머물지 않는 마음이 그러해서 어떤 것에도 스스로를 동일시하지 않는다. 산이 구름이 오면 오는 대로 맞이하고, 가면 가는 대로 보내듯 현장과 하나로 만날 뿐이라야 하는 것이다.

특히 수행자에게 자기 수행에 대한 자부심은 가장 경계해야 할 머무는 마음이 된다. '법화경'을 3000독 했느니, 장좌불와를 10년 했느니 하는 공부 이력에 자부심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자아는 이미 수미산처럼 높이 솟아올라 있게 된다. 진정한 수행자는 그렇게 머무는 자리를 깨뜨리고 오로지 지금, 여기 이것으로 드러난 부처와 하나로 만나는 개화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