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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14> 젊은 손병희의 분노

개인 울분이 사회변혁운동 동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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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24 19:35:30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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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폭력과 테러를 부르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분노는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감정이다. 부당함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가 망가져 있기 때문이다.
   
손병희 선생이 3·1운동을 위해 1912년 4월부터 3년간 483명을 수련시킨 서울 우이동 봉황각곳'.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천도교 대표 15인이 여기서 배출됐다.
동학의 3세 교조 의암 손병희는 서자로 태어났다. 신분적 한계로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이 가득하였고 사회적 모순에 분노하고 반항하였다. 젊은 시절 손병희는 거창한 사회변혁 이론이나 조직 같은 것은 없었지만, 부패한 관리들에게 착취당하고 차별받는 백성 편에 섰다. 그러나 불평불만을 개인적으로 폭발하는 정도였다.

손병희의 모친 최씨는 아전 출신 손의조의 첩실이었다. 손병희는 철이 들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님을 형님으로 부르지 못하며, 벼슬길에 나갈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문중 제사에도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분노하였다. 16세 되던 가을 시제 때다. 어린 손병희는 일가친척 틈에 끼여 항렬에 따라 한 사람씩 조상 묘 앞에 나가 술을 따르고 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차례가 되었다. 그때 문중 어른 한 사람이 달려들어 그를 밀쳐냈다.

"어디 서출 주제에 감히 조상 묘에 절을 한단 말인가? 썩 물러나지 못할까?"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한 손병희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온 손병희는 곡괭이를 찾아 들고 다시 문중 산으로 올라갔다. 성묘가 끝난 산소 하나를 골라 곡괭이로 내리쳤다. 사람들이 놀라 손병희에게 달려들었다. 손병희는 아랑곳 없이 곡괭이질을 하면서 달려드는 사람들을 밀쳐냈다. 그러자 대여섯 명이 우르르 비탈진 묘소 주변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그때 손병희의 울분에 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

"서자는 사람 아닙니까? 저는 손 씨 피를 이어받은 사람 아닙니까? 저는 조상님 뼈 하나라도 파내서 따로 산소를 모시고 성묘하려고 합니다."

소동을 치르고 나서야 말석이나마 성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손병희는 젊은 시절, 제대로 직업도 없이 부랑배들과 세상을 떠돌며 못된 양반들에게 모욕을 주곤 했다. 20세 때다. 유명한 초정약수에 들렀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웬일인지 약수는 안 마시고 그냥 서서 양반 둘이 물을 마시고 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군수를 지냈다는 못된 양반 둘 때문이었다. 의암은 "물 먹는 데도 양반 상놈 차별이 있냐"며 두 양반을 향해 물을 끼얹고 쫓아버렸다.

이후 의암은 동학에 들어 요즘으로 치면 동네 조폭들과 교제를 끊고, 술·도박을 끊고, 동학의 주문(지기금지원위대강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공부에 몰두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하루에 주문 삼만 번을 외우는 수행과 함께, 생활을 위하여 매일 짚신 두 켤레를 삼아 시장에 내다 팔았다. 해월 최시형을 만나 주문 수련에 전념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 손병희는 개인적인 차원의 분노를 조선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승화시켜나갔다. 잘못된 사회제도와 정치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동학운동을 이끌었다. 전봉준과 함께 동학혁명 선두에 섰고, 일제의 식민정치에 저항하여 3·1운동을 조직하고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분노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부정적 힘도 있지만,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사회정의가 실현된다. 동학 3세 교조 의암 손병희의 경우에서 보듯, 사회를 변화시키는 분노, 정의로운 분노는 반드시 필요하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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