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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화현장 <26> 예술상상마을로 변신한 조선1번지 '깡깡이 마을'

깡깡 망치소리 사라진 영도, 추억을 담금질 해 예술로 새기다

  • 김현주 기자
  •  |   입력 : 2017-02-09 19:03:3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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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낀 선박부품수리공장
- 알록달록 재기발랄 벽화 입고
- 구름모양 가로등·배 모양 의자
- 동네 곳곳 예술이 스며들어

- 예술과 도시재생의 결합은
- 사라진 마을을 기억하는 일
- 영도도선 복원·마을박물관
- 주민·작가·관청이 손잡고
- 옛 추억을, 역사를 되살린다

"지익- 지익-"

부산 영도구 남항동(옛 대평동), 일명 '깡깡이마을'로 불리는 이곳에서 예전처럼 '깡깡' 울리던 망치 소리를 듣기 힘들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 걸터앉은 배를 고치려는 용접 소리만 들릴 뿐이다. 잿빛 지붕이 즐비한 깡깡이마을은 '○○공업사'란 간판을 내건 공장마다 선박부품을 수리하는 이들의 모습만 간간이 보일 뿐 동네의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크하우스의 '월아트 프로젝트'. 주변 공장과 잘 어우러지게 공장 벽면을 채색하고 간단한 그림만 넣어 튀지 않게 한 것이 특징이다. 임경호 프리랜서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이곳에 예술가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더니 동네 곳곳에 예술작품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마을 주민과 예술인이 어우러져 동네잔치를 열고 마을신문 '만사대평'이 가가호호 배달되고 있다. '대한민국 조선 1번지'의 화려한 역사를 뒤로하고 부산시의 '예술상상마을' 1호로 변화를 꾀하는 깡깡이예술마을의 모습이다.

■잿빛 공장 사이 페인팅시티

조형섭 작가 아트 벤치 '시간에 '닻'다'.
영도대교를 지나 버스로 5분. 깡깡이예술마을 초입부에 이르면 한쪽은 소형 선박 여러 대가 촘촘히 정박해 있고, 다른 한쪽은 선박부품 수리 공장이 빼곡하다. 바다와 공장을 벗 삼아 10분 정도 걷다 보면 분홍, 빨강, 주황, 초록, 파랑의 알록달록한 '페인팅시티'가 나온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공장 10여 곳의 벽면에 알록달록 색깔을 입힌 것인데, 따뜻한 색감과 귀여운 무늬가 튀지 않고 잘 녹아든 느낌이다. 깡깡이예술마을 주요 사업 '퍼블릭아트 프로젝트'의 하나로, 정크하우스의 '월아트 프로젝트'다. 페인팅시티를 벗어나 골목길을 걸으면 가게 아주머니의 얼굴이 꽃처럼 피어난 벽화, 기하학적 무늬를 재기발랄하게 배치한 벽화 등 뜻하지 않은 곳에서 예술을 만나는 기쁨이 쏠쏠하다.

■주민을 위한 공공예술

허수빈 작가의 '구름 가로등'.
길을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머리 위에 구름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 허수빈 작가의 '구름 가로등'이다. 낮에는 구름이 떠다니고, 밤에는 밤거리를 환하게 비춘다.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톱니바퀴와 배 모양 의자가 설치돼 있다. 김상일 작가의 아트 벤치 '망치-두드림'과 김성철 작가의 '기어-관계-어울림'이다. 동네 특징을 표현한 미술품으로, 낮에는 어른들의 쉼 공간이고 밤에는 동네를 환히 비춘다. 동네 주민이 쉴 곳이 마땅치 않아 작은 땅을 푸른 빛으로 채운 '골목정원 프로젝트', '깡깡' 소리를 예술로 표현한 '사운드 프로젝트' 등이 올해 마무리되면 동네 곳곳이 예술작품으로 넘쳐나게 된다.

이들 작품 중에 '튀는' 것이 없다. "보통 예술마을이라면 동네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튀는 벽화와 공공예술품을 설치해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잖아요. 깡깡이예술마을 퍼블릭아트 프로젝트는 '소리, 빛, 색채'를 주제로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데 신경 썼습니다. 주민의 의견을 듣고 예술가를 설득해 마을에 필요한 공공예술 작품을 만드는 거죠."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 송교성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깡깡이마을의 기억, 공간에 담다

지난해 깡깡이예술마을에서 주민과 예술가가 어우러진 물양장살롱 행사.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 제공
바다와 공장이 마주 선 곳은 작은 배로 사람을 싣고 다니던 '도선장'이다. 지금은 각종 선박 자재가 쌓여 있어 옛 도선장의 기억을 지워버렸다.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은 마을의 역사와 자료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로 '영도도선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옛 도선장에서 배를 띄워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만든 첫 조선소 부지와 영도대교, 깡깡이예술마을을 둘러보는 사업을 구상 중이며, 배를 띄울 수 있도록 관계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마을박물관 프로젝트'는 깡깡이마을에서 사라진 것을 보관하고 복원하는 작업이다. '조선 1번지'에 관한 기록과 '깡깡이'의 추억을 되살릴 수리조선박물관은 2층 건물을 매입해 설계 중이고, 마을 역사와 기록을 모은 생활사박물관과 마을정보를 안내할 복합터미널(마을정보박물관)도 올해 개관할 예정이다.

■예술마을, 결국 지속성이 문제

깡깡이예술마을은 부산시 민선 6기 공약사업인 '예술상상마을' 공모 사업 1호다. 공공예술로 세계적인 명소가 된 감천문화마을을 벤치마킹해 '문화예술'과 '도시재생'을 접목했다. 영도구, 대평동마을회, 영도문화원,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 사업자로 참여하고, 2015~2017년 시비 35억 원을 투입한다. 주요 사업은 ▷영도도선 복원 프로젝트 ▷퍼블릭아트 프로젝트(공공예술) ▷마을박물관 프로젝트 ▷문화사랑방(공동체 복원) ▷공공예술 페스티벌 ▷깡깡이크리에이티브(홍보) 등이다.

예술과 도시재생의 결합은 쉽지 않다. 동네 주민의 시선으로 예술을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작가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앞으로'가 과제다. 올해까지 사업을 마무리하고 박물관, 영도도선, 공공예술품 등을 만든 이후 관리하고 가꾸며 주민과 외지인을 끌어들일 준비가 필요하다.

대평동마을회 이영완 회장은 "조선업 침체와 맞물려 동네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낮에는 공장 직원이 왔다 갔다 해도 밤이 되면 모두 빠져나가 썰렁하고 폐가도 늘고 있다. 그렇기에 예술마을 사업을 통해 동네를 밝게 만들고자 하며,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 송교성 사무국장은 "깡깡이마을은 대평동마을회가 역사가 깊고 잘 결속돼 있어 여느 사업에 비해 장점이 크다. 예술가도 마을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주민도 예술가의 의도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마을을 되살리겠단 지향은 같다. 다만, 예술마을을 만든 이후 지속가능하게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데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영도 깡깡이마을

부산 영도구 남항동 일대. 영도에서 떨어진 섬의 형태였던 동네에 일본의 조선소가 들어오면서 일제강점기 조선산업 1번지로, 1970·80년대 원양어업 본거지로, 현재는 수리 조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선박 수리 전 배 외관에 붙은 조개껍데기나 녹을 벗겨내고자 작은 망치로 때리던 소리가 '깡깡'한다 해서 '깡깡이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현재 1200세대, 2600여 명이 살며, 1998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남항동으로 편입됐다.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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