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조 '잠 아니 오는 밤'에 대해
- 이순욱 교수 "백산作 아닐 것"

경남 의령 태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인 백산 안희제(1885~1943·사진) 선생의 한시가 발굴됐다. 동서대 하강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백산 안희제 선생이 1905년 쓴 한시를 발굴한 내용을 담은 '백산 안희제의 '황계폭포' 시 발굴과 그 의의'를 학회지에 게재한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근대서지학회가 2월초 발간할 예정인 '근대서지 14호'에 실린다.

	백산 안희제 선생의 친필 한시 '황계폭포'. 하강진 제공

이번에 발굴한 백산 선생의 한시'황계폭포(원제 '황계분운득향자')'는 5언 율시 3수로 이뤄진 한 편이다. 안희제 선생이 1905년 경남 합천군 황계폭포를 유람한 뒤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원문의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黃江葭露白(황강가로백)/倻岑樹雲蒼(야잠수운창)/俛仰山水裏(부앙산수리)/所謂宛在央(소위완재앙)/渺茫迷津筏(묘망미진벌)/招招願須卬(초초원수앙)/始看滄海大(시간창해대)/喟然徒望洋(위연도망양)'

('황강의 갈대 이슬은 희고/가야산 숲 구름은 푸르다/위아래 산수를 두루 보니/이른바 물 가운데 있는 듯/아득히 희미한 나룻배에서/손짓하며 불러 나를 기다리네/비로소 창해의 넓음을 보나니/그저 큰물 쳐다보며 탄식할 뿐')

	이 시가 실린 책 '최근첩'.

하 교수는 부산시립박물관이 매입해 보관, 공개한 '남유연명록'에 실린 명단에서 백산 안희제의 이름을 찾아 이 한시를 발굴했다. '남유연명록'은 구한말 경남 일대를 유람한 경남 명문가 자손의 명단을 실은 것으로, 하 교수는 편자 미상인 이 시첩의 정식 명칭을 '최근첩'이라고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이 작품이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직전 복잡했던 안희제 선생의 심경을 담은 보기 드문 자료로 사료 가치가 높다 평가했다. 그는 "백산 선생과 관련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일제의 핍박으로부터 가문과 독립운동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일차 자료를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안희제 선생의 글은 '중외일보' 사장 취임사와 '자력' 창간사 일부, 편지, 연하장 등이 남아 있는 정도다.

그는"'황계폭포'를 살펴보면 '시경' '장자' 등 고전을 인용하며 폭포를 바라보는 벅찬 마음과 애틋함 심경 등이 담겼는데 유람을 떠나 뜻을 세웠을 시기의 심경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산 안희제

한편, 부산대 이순욱(국어교육과) 교수는 같은 학회지에 실을 '백산의 시조 '잠 아니 오는 밤' 변증'에서 백산 안희제의 시조로 알려진 '잠 아니 오는 밤'이 실제 선생의 작품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1936년 '신조선'에 발표된 '잠 아니 오는 밤'의 필자가 백산이고, '나라사랑' 19집의 '백산 안희제 선생 특집호'에 백산의 시조로 수록되어 있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면서 "하지만 당시 '백산'이란 필명을 쓴 이가 여럿이고, 같은 필명의 또 다른 시조 '우울가의 일면상'의 내용과 판이한 점 등을 봤을 때 당시 같은 필자명을 쓴 '안철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