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디 워홀, 애써 작품 설명 않고
- 대중에 모호함 던져 호기심 유발
- 야요이, 환영·환각을 예술 승화
- 세계적 작가 32명 별난 마케팅

별난 책이다.

책표지만 봤을 땐 디자인을 다룬 내용일 거라 짐작했는데, 책을 펼쳐보면 익숙한 이름의 유명 예술가가 개성 있는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인가 싶어 읽다 보면, 괴짜 예술가가 자기만의 전략으로 성공한 비결을 콕 집어 소개한 '예술 마케팅' 이야기다.

	아래 왼쪽부터 앤디 워홀 '마릴린 먼로',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작품, 마르셀 뒤샹 'L.H.O.O.Q'. 최정훈 그림/팬덤북스 제공

예술과 마케팅. 왠지 부자연스러운 조합이지만, 실제 세계적인 예술가의 성공 뒤에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었다. 디지털믹스 팝아티스트이자 아트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괴짜 예술가들의 별난 마케팅에서 독특한 발상으로 명성을 얻은 예술가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세계적인 명성의 앤디 워홀은 실제로 뛰어난 전략으로 성공했다. 1962년 미국 맨해튼 스테이블갤러리에 코카콜라 병과 수프 깡통을 전시한 앤디 워홀은 사람들의 '뜨악'한 반응은 관심 없는 듯 갤러리 한구석에서 속을 알 수 없는 말만 내뱉는다. 답답해하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이 '이 시대 소비문화를 비판한 것' 등의 메시지를 준다고 해석했고, 언론은 그가 새로운 문화 운동을 창시했다고 찬사를 보낸다.

앤디 워홀은 작품을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고 대중에게 불안감과 모호함을 던지고 알아서 해석하도록 내버려 뒀다. 청년 시절 자신의 그림을 봐주지 않는 이에게 매달렸던 쓰라림을 교훈 삼아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중의 호기심을 끌어낸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전략은 더 극적이다. 어릴 적 자신의 눈앞에 빨간 물방울이 떠다닌다고 얘기해 정신병자로 취급받고 부모에게 매질을 당한 야요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자신을 따라다니는 동그라미의 환영과 환각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을 괴롭혔던 환영을 예술로 승화해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밝은 이미지와 색감을 창조했고, 결국 성공했다.

엘리트 의식에 빠진 미술계에 저항해 화장실의 변기를 전시하고, 모나리자 복제품에 수염을 그려넣으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현대 미술의 거장 마르셀 뒤샹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로 달리, 키스 해링, 백남준, 빈센트 반 고흐 등 세계적인 예술가 32명의 별난 마케팅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에 소개된 이들은 괴짜 기질과 천재성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라 다소 엽기적이고 괴팍할 수 있다. 저자는 단순히 그들의 예술 세계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방법으로 재능을 돋보이게 해 성공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고유의 개성과 재능을 잘 살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익숙한 예술가의 이야기지만 '예술가의 마케팅'이란 관점에서 접근해 신선하고 흥미롭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