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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13> 18세의 선거권

동학의 힘, 근대성 진보성 합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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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1-20 19:48:28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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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 쓰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은 옛이야기 속에서 현대적 가치와 희망을 보는 것이다. 서구적인 사고와 상품이 유입되기 전인 1975년, 처음 티베트의 라다크 지역을 방문한 헬레나 호지라는 여성학자는 라다크 지역의 행복하고 평등한 사회에서 희망을 보았다. 라다크 여성들은 근대적이고 진보적 가치가 발현되지 않은 사회에서도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생태적 환경과 전통적 지혜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부산 지역 청소년YMCA 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2일 '18세 참정권'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이런 관점으로 동학을 오래된 미래로 바라보기도 한다. 실제 동학은 오래전의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 TV 드라마에 방영되는 '화랑'이야기보다는 1000년이나 뒤의 역사이다. 100여 년 전 동학혁명의 물결이 이 땅을 휩쓸었고, 동학을 이은 천도교가 거족적 항일운동인 3·1운동을 주도했지만, 횃불처럼 나타났다가 스러지고 지금은 사라진 듯 숨어있다시피 하니 오래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종종 오래된 미래라며 동학을 조명하는 것은 동학에 담긴 근대성, 생태적 지혜, 생명과 평화의 진보적 관점 때문이다. 동학의 근대성 가운데 선거와 지방자치라는 측면을 살펴본다.

촛불을 활활 불붙게 한 청소년들의 정치적 견해를 소중히 하자는 뜻에서 18세 투표권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18세 투표권은 동학을 이은 천도교단에서 벌써 오래전의 이슈였다. 벌써 100년 전에 천도교단은 18세 투표권, 여성참정권을 실천했다. 3·1운동이 끝나고 천도교가 위기 국면을 돌파할 때의 화두는 민주주의였다.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과 중의(衆議)로, 차별에서 평등으로 천도교를 이끌자는 천도교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운동을 주도한 혁신파를 이끈 분은 최동희였다

그는 해월 최시형의 장남으로, 와세다대학 정경학부를 나온 인재였다. 최동희는 천도교의 민주화운동을 시대적 요구이자 정의로운 방향이라며 지지 세력을 모았다. 천도교 민주화의 요구는 곧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1921년 7월에 천도교 내 대의기구인 의정회에 관한 규정이 반포되고, 전국 60개 구역에서 대의원인 의정원을 뽑는 선거가 실시됐다. 500호를 단위로 하는 1개의 선거구에서 의정원 1명씩을 무기명 투표로 선출했다. 18세 이상 교인은 누구나 1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여성도 투표권을 가졌는데 이것은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인정한 것보다 앞선 것이었다고 한다.
동학은 오래된 이야기이고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는 분도 있지만, 실제 동학을 움직인 힘은 근대적 합리성이다. 동학은 광범위한 대중의 결사체였기에 내부적으로 자율성이 없고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조직을 유지할 수 없었다.

100년 전 동학을 이은 천도교는 300만의 신도를 거느린 거대한 조직이었다. 이러한 조직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참여와 지방자치, 분권은 필연적이었다. 그것은 18세 선거권과 여성참정권으로 표출되었다. 요즘의 18세 청소년 투표권은 당연하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동학에서 배우는 오래된 지혜의 하나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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