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인구·이병주 등 14명 정리
- 묻혀있던 인물도 다뤄 눈길
- "지역 스토리텔링 1차 자원"

"부산에 인물이 없다." 부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장영실부터 송상현, 안희제, 우장춘, 장기려, 이수현(의인), 최동원 등 다양한 인물이 '부산의 인물'이다. 이렇게 나가면 항상 뒤따르는 말이 있다. "부산에 어른이 없다."

스토리텔링으로 부산을 이야기하는 작업에 누구보다 애착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한 박창희(사진) 전 국제신문 대기자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부산에 어른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만 이미 돌아가신 분의 사상을 되새기는 데 소홀하고 살아계신 분의 업적은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부산의 인물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 전 대기자가 부산의 인물을 정리한 첫 결과물 '인향만리-부산 정신을 세운 사람들'(도서출판 해성)을 내놨다.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국제신문에 연재한 '인향만리' 시리즈와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인물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책은 부산의 정신을 세우고 지킨 인물 14명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부산대 장전동 캠퍼스를 세운 주역이자 부산 대학 교육의 선각자였던 윤인구 부산대 초대 총장, 국제신문 주필로 활약하다 필화 사건을 겪고 그것을 '지리산' '그해 5월' 등으로 남긴 한국 문단의 거인 이병주 작가, 시조단의 대모였던 이영도 시조시인, 한국 사진계의 대부 임응식 사진가, 동래 한량춤과 입춤의 대가 문장원 선생, 카메라 렌즈로 휴머니즘을 꽃피운 최민식 사진가, 부산학의 뼈대를 세운 최해군 향토사학자, 예술구국의 광복군으로 활약한 한형석 선생, 독립운동사에 빛나는 가족 박차정 의사와 오빠들 등이다. 한결같이 거인들이다.

그동안 묻혀 있던 인물을 소개한 대목도 눈에 띈다. 부산 사상구 출신으로 3·1운동을 주도했고, 독립운동의 중심축에 있었으나 해방 후 좌익으로 몰려 핍박 끝에 행방불명된 김형기 선생과 기장군 출신으로 남한의 최현배 선생과 더불어 한글 연구의 중심축이었지만, 북한에서 활동한 탓에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한글학자 김두봉이 대표적이다. 해양사학의 새 지평을 열고도 연구 가치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향토사학자 김재승도 새롭게 조명한 중요한 인물이다.

저자는 "21세기는 '휴먼 콘텐츠'가 중요해질 것이며, 지역 인물은 휴먼 스토리텔링의 1차 자원이다. 그분들이 남긴 시대적 메시지와 가치를 제대로 읽고 지역의 훌륭한 콘텐츠이자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오랜 세월 헌신한 언론인 활동을 뒤로하고 '박창희 스토리 랩:수작'에서 새롭게 지역의 콘텐츠를 준비하는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