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G LIVE, A.I.M 제공

　영하의 한파에도 50대 중반을 앞둔 로커들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열정은 뜨거웠다. 약 4년여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살아있는 헤비메탈의 전설' 메탈리카를 보기 위해 공연 시간인 오후 8시 30분보다 훨씬 이른 시각인 오후 5시 이전부터 스탠딩석 대기줄에 차츰 모여들었다. 그리고 약 1만 8000여 관객들이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가득 채웠다.

　메탈리카의 본공연은 이에 앞서 7시 20분부터는 일본의 유명 메탈그룹 베이비메탈이 오프닝 무대에 올랐다. 베이비메탈은 수메탈, 유이메탈, 모아메탈 3명의 10대 소녀로 구성 된 그룹으로 세계 매니아 팬들을 끌어모으며 실력을 입증했다. 헤비메탈 반주에 역동적인 안무가 뒤섞여 그들의 모습을 처음본 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무대였지만, 그들의 실력에 감탄과 박수가 절로 나왔다. 메탈리카를 기다리던 관객들도 환호와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메탈리카 내한공연은 1996년, 2006년,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세 차례 내한공연 누적 관객 수만 10만 명에 달한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가 식을 때쯤인 9시, 드디어 고대한 메탈리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에게 빠지는 시간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악기 튜닝을 위해 짧은 소리를 내는 순간에도 관객들은 한 음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마침내 이들은 첫 곡인 '하드와이어드(Hardwired)'의 라이브로 포문을 열었다. 첫 무대부터 몰아치는 헤비메탈은 이내 울렁거리는 뜨거움으로 가슴을 가득 채웠고, 그렇게 네 번째 내한공연의 막이 올랐음을 실감했다.
<ㅗ12>
　멤버들은 공연이 시작된 후 긴 인터미션 시간이란 단 한번도 없이 뜨겁게, 또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스탠딩을 즐기는 관객들과 하나가 돼 헤비메탈을 연주했고 이들의 공연을 목 빠지게 기다렸던 관객들도 이에 화답하듯 미친 듯 흔들어댔다.

　'하드와이어'에 이어 '아틀라스 라이즈(Atlas, Rise!)' '새드 벗 트루(Sad But True)' '웨어에버 아이 메이 룸(Wherever I May Room)' '언포기븐(Unforgiven)' 등으로 이어지는 곡은 쉴새 없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투베이스'의 대명사 드러머 라스 울리히의 드럼 연주는 마치 심장이 뛰듯 온 몸을 때렸다.

　누가 이들을 50대 아저씨로 보겠는가. 전성기 시절의 체력에 실력 역시 노쇠함이란 없었다.

　그들의 화려한 연주는 현란한 손가락 놀림에 시선을 떼기조차 어려웠고, 전설적인 연주의 향연을 눈앞에서 보는 감격은 어떤 표현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개개인 연주 실력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였지만, 이들이 한 음악을 연주할 때는 그 어떤 것보다 견고하고 단단했다. 긴 시간 다져진 헤비메탈의 전설들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스터 오브 퍼페츠(Master of Puppets)' 무대였다. 노래의 시작을 알리는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문자 그대로 공기의 흐름부터 달라졌다. 관객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린냥 목이 터져라 따라불렀고, 메탈리카 멤버들은 그런 관객들의 모습에 넘쳐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파워메탈 발라드의 '페이드 투 블랙(Fade to Black)'으로 뜨거워진 열기를 잠잠하게 시키는가 하더니 웅장한 '식 앤드 디스트로(Seek and Destory)'로 마지막을 장식한 메탈리카는 앙코르 요청에 '배터리'(Battery)'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 등을 들려줬다.

　나이와 성별과 국적을 초월해 엉켜 놀던 관객들은 왁자지껄 떠들어 대며 자리를 떴다. 메탈리카의 공연이 지속되는 동안 이 역사적인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꿈같은 현실도 믿기지 않았지만, 지치지 않은 이들의 헤비메탈 열정과 녹슬지 않은 연주 실력에 공연 내내 엄지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네 명의 50대 아저씨에게 반했던 순간. 쉼 없이 달린 메탈리카에게 세월의 흔적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메탈리카와 함께했던 2017년의 가장 추웠던 날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날로 바꿔버린 기적이었다.

　한편 1983년 결성된 메탈리카는 그동안 1억 10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올렸다. 총 9차례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고, 2009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