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장애여성 상처 등 담아
미련해 보이지만 자기 방식대로 생존의 길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과 각자의 방법으로 반전을 꾀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개인의 길'이 아닐까.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 속 상황과 인물 묘사가 마치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인가?' 헷갈린다. '내 동료의 이야기' 심지어 '바로 나의 이야기' 같다고 느낄 독자도 꽤 있을 것 같다. 상사의 기분에 따라 자기의 마음 또한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직장인의 애환, 의지했던 가족에게 갑자기 버림받는 현대인, 사랑인 줄 알았지만 집착일 뿐이었던 슬픈 인연….
안지숙(사진) 소설가의 첫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산지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생활인이 직접 겪었을 법한 일을 그려냈다. 안 소설가는 2005년 '바리의 세월'로 경주시와 경주문인협회가 시행하는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나 10여 년간 다른 활동을 하느라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몇 년간 다큐멘터리 작업에 매달렸고, 이후에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매일 야근으로 '시들었다'. 그렇게 10년을 흘려보냈지만, 소설에 대한 샘솟는 애정은 드문드문 단편을 발표하게 했고, 그동안 내놓은 단편소설 7편을 엮었다.
책에 실린 단편 7편에는 비정규직, 계약직, 외주업체 직원, 가정과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 등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이를 미련스럽게 견디는 인물이 등장한다. 스토리텔링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이 회사 대표와 본부장의 갖은 횡포를 견디다 못해 최후의 결단을 내리는 '놀래미', 믿었던 직장 상사가 사업을 따내지 못해 월급 받을 길이 없어진 여인의 이야기 '각다귀들'은 현실감이 크다.
공공기관에서 외주 받은 일을 다시 극단에 외주를 준 여성이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자신의 위치와 극단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입양한 아들 때문에 소외당한 딸의 외로움을 다룬 '티눈', 장애 여성의 집착을 독특하게 그린 '스토커의 문법' 등도 실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왜 저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답답하지만, 각자 속으로는 반전을 꿈꾼다.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담담한 듯하나 탄탄하고, 때로 통통 튀는 문체 덕분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꼭 소설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것 같다는 질문에 안 소설가는 "물론, 나 또한 '을'로 살았던 경험이 있으므로 전혀 그런 점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렇게 무능력하고 잘난 것 없고 때론 비열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길을 찾는 모습도 어떤 면에서 독자에게 용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목숨 걸고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는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