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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40> 부산 돼지국밥

팔도 입맛 뒤섞인 걸쭉한 고기 국물…코 박고 훌훌 뜬 몇술에 마음까지 다 녹는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2-27 18:54:36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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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돼지국밥은 토박이의 음식이 아니다
- 다양한 지역의 섭생이 이 한그릇에 끈끈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 사골로 뽑은 뽀얀 육수와
- 내장·뼈를 함께 곤 육수
- 살코기만 쓴 연한 육수
- 국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 토렴을 하건 안하건 정구지를 얹건 깍두기를 얹건
- 허기진 영혼을 위로하는 부산의 소울푸드다

부산은 '돼지국밥의 도시'다. 부산 사람에게 돼지국밥은 어떤 존재일까? 부산 사람에게 돼지국밥은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볼 수가 있겠다. 첫째는 공유의 음식, 둘째는 통합의 음식, 셋째는 실용의 음식.

돼지국밥은 부산의 역사와 문화, 부산 사람의 기질 등 부산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대표 음식이면서 부산 사람의 소울 푸드이기에, 공유의 음식이다. 돼지국밥은 오랜 시간 진득한 정성으로 끓여야만 맛있어지는 음식이다. 국밥의 여러 재료를 가마솥에 한데 넣고 펄펄 끓여내어 하나의 음식으로 만들어내기에, 통합의 음식이다. 국밥 한 그릇으로 고소한 돼지고기도 먹고, 진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도 먹고, 밥도 말아 설렁설렁 끼니도 때우는 음식으로 구수하고 진하고 시원하고 개운한 뒷맛을 맛볼 수 있기에 실용의 음식이다.
빛깔이 조금 연한 육수로 낸 돼지국밥. 조금 연한 육수는 깊은 맛과 감칠맛을 낸다.
■참으로 '부산다운' 음식

부산 돼지국밥의 원조는 오래전부터 부산 경남에서 먹어왔던 국물이 맑은 고깃국이었다. 살코기만으로 국물을 내고 무와 고춧가루, 파 등을 넣어 끓여낸 맑고 시원한 국으로 먹어왔던 음식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부산에 정착한 피란민들에 의해 여러 지역의 음식문화가 섞이면서 국밥에 돼지대가리와 내장 등 돼지 부산물을 섞고 사골로 육수를 내는 등 현재의 부산식 '돼지국밥' 형태로 변형되어 온 것이다. 그 위에 부산의 산업화 과정과 장터문화가 섞이면서, 식사시간을 줄이기 위해 국에 밥을 말고, 정구지 마늘 땡초 양파 김치 등 반찬을 한데 섞어, 간소하고 급하게 퍼먹을 수 있는 형태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

그러하기에 부산의 돼지국밥은 여러 지역의 음식문화를 반영하여 완성됐다. 이는 우리 부산이 부산의 토박이보다 타지에서 유입된 이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뽀얀 육수의 돼지국밥. 돼지사골로 육수를 뽑는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해서 부산은 다양한 지역의 음식문화가 가마솥처럼 함께 뒤섞였다. 그 과정을 거쳐 부산의 음식이 재탄생했다. 돼지국밥 또한 부산의 역사와 문화, 부산 사람의 기질 등과 함께 발전해왔다.

이는 부산 돼지국밥의 '독립된 다양성'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부산에서 돼지국밥이라는 음식은 한 가지 조리법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다양한 지역의 섭생방식이 부산의 돼지국밥에 끈끈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국밥에 사용되는 고기 고명의 부위나 육수 재료, 상을 차려내는 법 등 모든 것이 각각의 특징을 지닌다. 그런 만큼 돼지국밥을 파는 식당마다 나름의 독특한 맛을 내는데, 이 모두 부산 돼지국밥이라는 범주 안에서 함께한다.

이는 부산 사람의 정체성과도 많이 닮았다. 부산 사람의 윗세대 중 많은 숫자가 전국 팔도에서 부산으로 흘러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후손들은 부산에서 나서 부산에서 살고 있는 부산 사람이다. 팔도의 입맛을 가진 부산 사람들이 모여 부산 음식의 다양성을 이끌어내는 셈인데 이는 돼지국밥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육수의 종류로 본 돼지국밥

부산 동구 부산역앞 대건명가 돼지국밥 문성환 사장이 커다란 가마솥의 뽀얀 육수를 젓고 있다. 최원준 시인 제공
육수부터 살펴보자면, 뽀얀 육수와 조금 빛깔이 연한 육수, 맑은 육수 세 종류가 부산 돼지국밥에 적용되고 있다. 뽀얀 육수는 돼지사골로 뽑는데 국물이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제주의 몸국과 일본 규슈의 사골라면인 돈코츠와 닮았다.

조금 연한 육수는 주로 돼지 뼈와 고기, 내장 등을 함께 쓰거나 돼지대가리를 통째 넣고 육수를 낸다. 깊은 맛과 감칠맛이 뛰어나다. 이북에서 온 피란민이 부산에 정착해서 이북 조리 방식에 돼지대가리를 재료로 활용했는데, 상업화된 부산 돼지국밥의 원형쯤 된다. 맑은 육수는 살코기만을 삶아서 낸다. 서부 경남의 돼짓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맛이 깔끔하고 정갈하다.

국밥 안에 들어가는 고기 고명도 살펴보자. 돼지대가리에 붙어있는 돼지볼살을 사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돼지부산물인 돼지내장, 순대 등을 함께 쓰는 곳, 돼지다리 목살과 다리 살, 최근에는 고급화 과정을 거치면서 삼겹살, 항정살, 갈빗살 등을 쓰는 곳까지 다양하다. 돼지국밥을 차려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원래 부산의 돼지국밥은 국과 고기 고명이 밥과 함께 한 그릇에 담아 토렴(밥이나 국수 등에 더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기를 여러 번 해 데우는 일) 후 상을 내는 방식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고향의 밥상문화까지 부산에 정착시킨다. 대구 반상문화 중 탕반문화가 흡수되면서 국과 밥을 따로 내는 따로국밥이 자리 잡고, 서울 경기 지역의 순대국밥이 흡수되면서 순대돼지국밥이, 제주 돼지국수의 영향으로 다양한 면을 활용한 돼지국수가 활성화되었다.

'돼지국밥'은 이렇듯 다양한 지역의 특색을 수용하면서도, 부산 음식의 특색이 잘 발현된 음식이다. 하여 '돼지국밥'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부산음식이 바로 '돼지국밥'이다. 따라서 '돼지국밥'이야말로 우리 부산의 정체성과 제대로 부합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부산의 돼지국밥은 부산의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면서 변화하고 다양한 분화과정을 거친다. 한국전쟁 시기엔 돼지대가리와 부산물이 국밥의 주재료였고, 부산의 산업화시대인 1980년대 전후로 돼지사골을 활용한 육수가 정착했으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기점으로 다양하고 고급화된 메뉴의 돼지국밥이 정착하게 된다. 때문에 부산의 돼지국밥은 부산사람처럼 다양한 개성, 각각의 맛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진하고 걸쭉하고 개운하고

돼지국밥집에 들어선다. 무쇠솥에서는 한창 뽀얀 육수가 끓어오르고 있다. 구수한 국물에 토렴 잘한 국밥을 받아든다. 돼지고기 넉넉한 뚝배기에 슬슬 끓는 국밥이 옹골지다. 뜨끈한 국물 한 술 떠먹는다. 진국이다. 걸쭉하여 입에 달라붙을 정도다. 그만큼 사골을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여냈다는 뜻이다.

국밥도 한술 뜬다. 밥알에 사골국물이 배여 간간하면서도 진한 구수함이 입 안을 즐겁게 한다. 정구지를 한 젓가락 국밥에 푹 넣어 함께 먹는다. 정구지의 알싸함과 향긋함이 국밥과 어우러지며 개운한 맛을 낸다.

뜨거운 국물과 밥이 조화로워 속이 든든해지고 몸도 따뜻해진다. 맛이 든 깍두기는 아삭아삭하고 배추김치는 새콤하게 입맛을 더욱 돋운다. 토렴이 잘된 국밥에다 정구지 파 마늘 등속을 한데 섞어 먹으니. 어느새 한 그릇 뚝딱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부산의 돼지국밥. 그러나 부산을 찾는 이들은 왜 부산이 돼지국밥의 도시인지를 간과하고 있다. '지역의 음식'은 그 무엇이건 그 유래와 역사적 배경을 알고 먹어야 한다. 그러면 맛은 배가되고, 식사시간 내내 음식의 가치를 체험하는 기꺼운 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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