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에 대한 반격.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저자는 현대 주류경제학이 위기가 올 때면 습관처럼 외치는 재정 긴축이 왜 틀린 처방인지, 그 주장이 사실은 문제를 만든 집단의 책임을 숨기고 나아가 손실에 대한 보상까지 사회구성원 모두가 떠안게 하는 정치 이데올로기라는 점까지 짚는다. 긴축을 단행하면 가장 먼저 축소되는 사회복지 비용은, 국가가 발생시킨 적자와 부채를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 먼저 분담하는 냉혹한 구조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각국의 최고 화두는 긴축이다. 임금과 공공 지출을 삭감해 재정 건실화를 이루고 부채를 줄이자는 주장이었다. 실제 그리스를 시작으로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은 너나 할 것 없이 긴축을 단행해 은행 살리기와 국가 부채 해결에 나섰다. 미국 역시 파산 위기의 은행을 천문학적 액수의 구제 금융으로 회생시켰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근대 자본주의 국가 재정의 역사를 깡그리 무시하고 긴축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틀린 처방이라고 단언한다. 사회의 다양한 부문이 복잡하게 얽힌 국가 재정은 조화롭게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 축적에 거침없는 금융기관들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며 발생하는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는 긴축 정책의 폭력성도 겨냥한다. '나라 재정도 집안 살림과 똑같아 빚을 갚으려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는 논리는 현대 국가의 재정을 단순하게 설명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브라운대의 교수가 되었다는 저자는 스스로를 '복지의 수혜자'로 소개하며 약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면서 '긴축이 우리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외치는 주장을 반박한다. 긴축이 강요된 이유, 긴축의 지성사적 계보, 세상의 비용이 우리에게 전가되는 이유 등을 설명한다.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투자은행이라는 모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긴축을 불러온 실제 원인이 은행 위기에 있다고 보고, 구제 비용과 경제 전체에 끼치는 영향을 따져 필요하다면 파산하도록 두거나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가 부채는 금융 억압과 함께 최고소득계층의 증세로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시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경제정책은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