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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석의 리액션]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 관한 이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2-15 18:50:4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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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았다. 내가 고른 영화를 열 명쯤 되는 관객과 함께 모여 보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렇게 같이 보았다. 영화가 어땠는지 내가 물었을 때 전부 좋은 말들을 해주었다. 내 차례가 돌아왔고 나는 약간 미안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최근 켄 로치의 영화 중 가장 졸작인 것 같다고. 다들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너그러운 사람들이었던 터라 "그럼 우리한테 뭣 하러 보여준 거냐?"고 따지는 사람은 다행히 없었다. 묻지 않았지만 답하자면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켄 로치의 영화는 걸작이건 졸작이건 그걸 확인하기 이전에 매번 보고 싶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문제점을 간단히 말하자면, 영화가 뭉툭하고 둔하여서 생동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켄 로치가 눈에 보이는 형식미를 자랑하는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 없이도 영화가 늘 생생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인 그의 영화의 매력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생동감이 유독 느껴지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이 영화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많은 이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내 생각에, 이 영화를 보고 혼동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사회적 가치와 영화적 성취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적당히 딴청을 피우거나 약간 우물거리는 일뿐이었다. 이 영화는 졸작이다, 라고 그들의 눈물 앞에서 매번 매정하게 힘주어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공감하지 않는 그들의 감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때로는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졸작이 있다. 켄 로치의 졸작이라면 마이클 베이의 걸작 보다는 세상에 훨씬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어쩌면 그런 경우일 거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은 졸작이었지만 그 영화가 영향력을 발휘해 어쩌다 세상을 흔들어 놓지는 않을까 두려워 한 어떤 이들 때문에 그 영화와 관계자들은 지난한 파국을 겪어야만 하지 않았던가.

다만 한 가지가 계속 염려된다. 창작자이건 관객이건, 영화의 사회적 가치와 영화적 성취를 혼동한 나머지, 한 편의 영화에 자신의 사회적 정의감을 온전히 의탁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켄 로치야 말로 실패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켄 로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켄 로치의 실패작 앞에서 함부로 칭송하기를 망설여야 한다. 나는 이 영화를 칭송해도 되는가, 그렇게 물어보는 편이 낫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감상의 방식은 칭송이 아니라 자성의 다른 이름인 '망설임'이어야 한다.

옳은 주제를 지닌 영화가 옳은 것은 아니고, 옳은 생각을 하는 이의 영화가 옳은 것도 아니며, 오직 자신의 형식으로 옳다고 느껴지는 자리에 올라 있는 영화만이 옳다고 말해야 하는 이가 영화평론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결국 이런 말을 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론 이 영화의 관람을 은밀히 권하고 싶은 모순된 마음도 여전히 함께 느끼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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