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물량 80% 이상 생산
- 가히 부산의 대표 생선
- 살 오르는 가을·겨울, 뱃살 가장 기름진 계절

- 부패 쉬워 횟감 꺼렸지만 최근 '초회'로 대중화

- 일본식보다 식초량 줄여
- 쫄깃한 식감 살리고 고소함에 감칠맛 더해

고등어만큼 부산을 대표하는 어종이 또 있을까? 부산은 전국 고등어 생산량의 80% 이상을 산출한다. 부산 사람들의 밥상 중간에 떡하니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정찬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생선이 바로 고등어이다.

부산에 있는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한해 13만여t의 고등어가 부산에서 나오고, 지난 몇 년간 평균 위판금액이 평균 3000여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부산의 시어(市魚)이면서, 부산공동어시장이 있는 서구의 구어(區語)이기도 한 어종이다. '고등어축제' 또한 성황리에 개최되는 곳이 부산이다.

고등어를 식재료로 한 음식들이 다양하고 풍성한 곳 또한 부산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고등어를 소금 뿌려 구워 먹고, 양념 발라 지져 먹고, 간장에 조려 먹고, 기름에 튀겨먹고, 탕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거니와 고갈비나 고등어회 등 술안주로도 즐겨 먹는 곳이기에 그렇다. 이렇게 생선 한 마리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각양각색으로 만들어 먹기에 고등어는 가히 '부산의 생선'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니겠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고등어는 뱃살에 기름이 가득 차 더없이 고소하고 맛이 깊어진다. 특히 이 시기에 잡히는 고등어는 씨알도 굵고,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우며, 살집 또한 풍성해 바야흐로 이즈음이 제철인 것이다.

고등어초회

■생선회 재료로 부산서도 대중화

등이 높고 통통하다고 이름 붙여진 '고등어(高登魚)'는 예부터 우리 민족이 더불어 즐겨 먹던 생선이었다. 값싸고 맛있으면서도 영양소가 풍부해 서민의 밥반찬으로 널리 사랑받아왔던 것. 때문에 고등어를 지칭하는 이름도 무척이나 다양하고 많다.

'자산어보'에서는 푸른 무늬가 있는 생선이라 벽문어(碧紋魚)라 했고,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칼처럼 생겼다고 고도어(古刀魚)라 불렀다. '경상도 속한지리지'에서는 고도어(古都魚)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그밖에 지역에 따라 고동어, 고망어 등으로, 크기에 따라 고도리, 열소고도리, 소고도리, 통소고도리 등으로도 불린다.

이렇듯 다양하고 많은 별칭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근하면서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그만큼 고등어는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등어는 군집성 어류로 엄청난 개체 수가 떼를 지어 연안을 회유하는데, 그 수도 수지만 통통하고 기름진 살집으로 한 점 베어 물면 입 안이 꽉 차는 풍성함 또한 여타 생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고등어회로 쌈을 싸 먹어도 별미다.

이러한 고등어가 요즘 생선회의 식재료로 부쩍 대중화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고등어를 생선회 감으로 잘 활용하지 않는다. 활어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잡자마자 바로 죽어버리는 고등어는 탐나는 횟감이 될 수가 없었다.

특히 고등어는 붉은 살 생선이기에 살이 무를 뿐 아니라, 죽으면 바로 산패가 시작되면서 비린내가 심하게 나기에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고등어에 기생하는 고래회충은 평소 고등어 내장에서 살다가, 고등어가 죽으면 바로 고등어 살로 파고 들어가 이를 날로 먹은 사람의 인체에 다양한 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잘 처리된 체장 40~50㎝ 이상의 '고등어회'는 어지간한 고급 생선회와도 안 바꿀 정도로 맛이 깊고 진하며, 풍성한 감칠맛을 낸다. 미식가들에게서 음식 자리의 대미를 장식하는 생선회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오래전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식도락가를 위한 다양한 '고등어회 조리법'이 개발되었는데 식초에 청주, 소금 등을 가미한 '초물'에 고등어 포를 재웠다가 썰어먹는 '고등어초회'와 양식 활고등어를 직접 장만하여 생선회로 내는 '활고등어회', 고등어초회를 밥에 얹어 먹는 '고등어초밥' 등이 그것이다.

■상큼·고소한 고등어초회의 매력

고등어초밥

부산은 일본과 교류에 따른 생활문화의 접촉이 많은 지역. 그중 음식문화의 영향도 상당히 서로 주고받는다. 생선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활어회와 일본의 선어회가 서로 교류하고, 양념 등 부재료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 부산의 '고등어회' 중 '고등어초회'가 그 일례라 할 수 있겠다.

원래 부산은 살아있는 고등어로 생선회를 장만해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고등어회는 살아 있을 때 회를 쳐야 하기에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주로 낚시꾼들이 즐겨 먹는 횟감인데, 그 맛은 아주 부드럽고 담백하다. 쌈을 싸서 크게 한입 먹으면 남부러울 것 없는 웅숭함을 준다. 남은 회와 찬밥, 쌈 채소를 죽죽 찢어 넣고 즉석에서 고등어회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도 별미 중 별미이다.

우리나라 '고등어회'는 남해안이나 제주도 해역의 양식 고등어를 원통의 수조에 살려뒀다가 즉석에서 활어 상태로 장만해 주거나, 대형선망의 빙장고등어를 초절임하여 초회로 장만해 주는 방식이다. 제주 지역은 양식 '활고등어회'가 정착 단계에 있고, 부산은 대형선망업체의 당일 잡은 씨알 굵은 고등어로 장만한 '고등어초회'가 널리 인기를 끌고 있다.

겨울철 고등어회는 지방함량이 높아 1년 중 가장 고소하다.

부산의 '고등어초회'는 일본의 고등어초회보다 고등어를 '초물'에 적게 노출시키는데다, 식초 함유량도 적어 활고등어의 식감을 한결 잘 살려내기에 쫄깃하고 탄성도가 높다. 등 푸른 생선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과 적당히 배어있는 구수함과 감칠맛, 생선 비린내를 잡아주는 은은한 식초 향 등이 전체적으로 상큼하고 새콤한 뒷맛의 여운을 남긴다.

특히 고등어초회를 전문으로 하는 요리점들은 '음식 플레이팅'이 거의 예술작품 수준이다. 접시 위에 고등어가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듯 생생하고, 그 주위로 자연에서 가져온 꽃과 풀과 나뭇잎을 함께 차려 마치 그림 한 폭 감상하는 느낌이다.

■'부산의 생선' 고등어, 그 진한 풍미

고등어초회 한 점 입에 넣는다. 신선한 육질이 파닥거린다. 기분 좋은 새콤함도 좋고 약간의 달큰함도 흔쾌하다. 다시 한 점을 들고 자세히 쳐다보니 붉고 기름진 살색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 특히 뱃살은 고소함이 깊디깊은 우물처럼 끝이 없다.

고등어초밥도 맛본다. 고등어는 고등어대로 밥알은 밥알대로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잘 어우러진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밥알과 섞이며, 달콤하고 새콤하면서 점점 그 맛의 깊이가 풍부하고 진해진다. 일본 오사카에서 맛본 '사바 보우즈시(고등어초밥의 일종. さば ぼうずし)'의 지극한 기꺼움이 살짝 살아난다.

늦가을부터 깊은 맛이 든다는 고등어회. 특히 이즈음 고등어는 지방 함량이 높아 1년 중 가장 고소하고 맛있기에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진미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등어회'를 맘껏 탐할 수 있는 계절이 요즈음이다.

특히 고등어는 EPA, DHA 등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해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성장기 자녀의 두뇌 발달에도 좋은 음식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부산의 생선' 고등어의 그 풍성하고 진한 풍미를 이즈음에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촬영 협조=부산 영도구 '달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