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형찬의 대중음악 이야기 <44> 김민기, 한국 통기타 음악의 자아를 만들다(중)

어둡고 낮게 울린 김민기의 아침이슬, 정권에 억압된 청년의 내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28 19:02:5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은
- 청년이 지향하는 미래를 반영한
- '포지티브'한 힘이 있었다
- 김민기와 양희은의 '아침이슬'은
- 당시 청년대학생의 양면이었다

1969년 '세시봉'이 문을 닫고 1970년 6월 서울 YWCA에 '청개구리'라는 요일별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수요일의 '아베크리' 라는 프로그램은 통기타음악의 주요 무대였다. 방의경, 김민기, 김광휘, 임문일(CBS PD),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서유석, 투코리언스, 쉐그린, 라나에로스포 등이 때때로 여기에 들러 청중과 호흡했다. 여기서는 이제까지 외국 팝송을 그대로 부르던 단계에서 벗어나 가사를 한국어로 번안해 부르거나 스스로 노래를 창작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1970년 양희은(왼쪽)이 노래할 때 김민기가 특유의 자세로 반주하고 있다. 김형찬 제공
당시 방송사 TBC TV의 PD였던 이백천은 김민기가 창작곡을 부르게 된 경위를 이렇게 증언한다. "한번은 내가 '청개구리'를 진행하는데 김민기가 불쑥 '영어 좀 쓰지 않으면 안 되나'하고 타박을 주어 무안해서 내 얼굴이 벌게진 적이 있었다. 다음 주에 김민기가 와서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을 부르기에 '영어 노래 말고는 없을까'라고 응수했는데 그 이후에 김민기가 창작곡을 부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김민기의 창작곡 전환에 대한 또 다른 증언은 CBS의 최경식이 했다. 최경식은 1970년 5월 7일부터 CBS 라디오에서 '영840'이라는 젊은이 취향의 음악신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는 '청개구리'에서 김민기의 뛰어난 노래를 듣고 놀라 다음날 김민기를 방송국으로 초대하여 '아침이슬'을 녹음하여 방송했다. 그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그는 증언했다. 1971년 1월 김민기는 도비두를 해체하고 더는 전처럼 외국곡을 부르지 않게 된다. 그 사이에 무언가 의식적인 각성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통기타 음악에서 창작곡이 처음 발표된 음반은 1970년 5월 '뚜아에무아'의 첫 음반이다. 여기에는 이필원이 작곡한 '몰래' '발자국' '약속'이 수록됐다. 이 가운데 '약속'은 방송매체 인기곡으로 떠올랐다. 김민기가 창작곡을 불렀다는 기록은 1970년 말께부터 보인다. 1970년 11월20일 서울 YWCA 강당에서 열린 '청개구리 사운드' 공연에서 도비두가 '친구'를 불렀다는 기사가 있다.('격조 보인 잔치 포크페스티발 청개구리 사운드', 일간스포츠 1970.11.22) 이 곡은 1970년 말께 발매된 '김인배 스테레오 크리스마스 캐롤집'에 '세노야'와 함께 도비두의 노래로 실린다. 이 음반은 김민기의 도비두 시절의 노래를 담은 유일한 음반이다.

1971년 서울 YWCA '청개구리' 공연에 출연한 김민기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왼쪽은 CBS의 최경식.
그렇다면 당시 김민기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서울대 양화과 2년 재학중인 김민기는 당초 도비두란 듀엣으로 출발했으나 금년초부터 솔로싱거가 됐다. 여학생층의 인기가 높고 '아하 누가 그렇게' '아침이슬' 등 20여곡의 자작노래만 부르는 걸 특징으로 삼고 있는데 음악적인 외형으로만 봐선 봅딜런을 가장 많이 닮은 유망주. 기타솜씨나 작곡수준은 대단히 높으나 정리가 안 된 자기 생각을 노래에 담아보려고 애쓰고 있어 복잡한 작품이 돼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도둑촌을 묘사한 '귀하에게'는 그런대로 성공한 프로테스트 송이지만 나머지 작품의 가사가 해괴하게 들리는 것은 자기류로 너무 어렵게 써보려고 애쓰기 때문인 듯.-'한국의 포크스타들(8) 한대수ㆍ김민기', 일간스포츠 1971.6.10.

기자가 밥 딜런과 프로테스트 포크를 이해하는 것을 보아 나름대로 음악에 대해 상당한 식견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중과의 거리'나 '해괴한 가사'라 표현한 점에서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김민기의 창작포크음악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김민기는 이런 과정을 거쳐 1971년 11월 CBS 최경식의 도움으로 드디어 첫 음반을 발표한다. 여기 수록된 곡 중에서 '아침이슬' '친구' 정도가 대학생의 사랑을 받는다. 당시 대학생이던 김민기가 부르는 '아침이슬'은 컴컴한 동굴 속에서 낮은 목소리로 울려나와 마치 최면을 거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아침이슬'은 김민기보다 먼저 양희은이 1971년 9월에 자신의 첫 음반에 수록해 발표한다. '청개구리'에서 양희은은 김민기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김민기가 노래하는 '아침이슬'에 반해 1971년 2월 자신의 첫 리사이틀에 김민기에게 기타 반주를 부탁한다. 그 인연으로 김민기는 양희은의 노래 반주를 계속 해주면서 양희은의 음반에 자신의 곡이 수록될 것을 허락한다.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김민기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당당하고 또렷한 발성으로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느낌은 이전의 한국 대중음악 여성가수들의 어딘가 모르게 사연이 있는 듯한 청승을 완전히 제거한 새로운 보컬이었다. 이것은 1970년대의 청년문화세대에서, 적어도 그 집단 내에서는 남녀평등이 이루어졌고 그것을 반영한 새로운 여성적 자아가 출현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탄압이 시작되던 1970년대 초반에 한국의 청년대학생들에게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두 가지 이미지가 있었다. 김민기가 부르는 낮고 컴컴한 목소리의 '아침이슬'은 탄압에 직면하여 움츠린 청년들 내면과 자아를 반영하는 네거티브 필름이었고, 양희은 '아침이슬'의 밝고 힘찬 목소리는 그들이 지향하는 세계를 반영하는 포지티브 필름이었다. 대중음악저술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6. 6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6. 6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0. 10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