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간 공연작품 3팀 제작지원
- 모두 '대작' 재공연 엄두 못내
- "최소한의 후속 지원책 마련을"

부산문화재단의 '청년연출가 작품제작 지원사업'이 올해로 3년을 맞았다. 이 사업은 규모 있는 공연물을 제작하기 어려운 청년 연출자에게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어렵사리 만든 작품을 한 번 공연하는 데 그칠 뿐, 재공연으로 이어갈 구조가 없어 애초 기대한 문화상품화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박연정 무용가의 '똥'.

'청년연출가 작품제작 지원사업'은 만 39세 미만 청년 연출자를 선정해 공연 제작비 6000만 원을 지원해 젊은 감각의 신선한 공연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014년 김민우 연출자의 '다윗의 비책', 지난해 박연정 무용가의 '똥'이 선정돼 공연됐고 올해는 황지선 연출자의 '토끼h의 시간'이 결정됐다.

이 사업은 부산에서 보기 드문 장르간 융·복합 공연을 지향한다. 특정 장르 중심이 아니라, 여러 장르를 넘나들거나 다양한 장치를 이용해 참신한 작품을 마음껏 만들어 보라는 취지로, 문화재단의 단일사업으로는 거금을 주는 것도 돈에 구애받지 말고 해보란 뜻이 깔려 있다. 김민우 연출자는 연극과 영상을 결합한 '다윗의 비책', 박연정 무용가는 현대춤, 스트리트댄스 등 12개 장르가 섞인 환상의 퍼포먼스 '똥'을 내놨다.

17, 18일 부산시민공원에서 공연하는 황지선 연출자의 '토끼h의 시간' 연습 장면.

올해는 참가 자격을 만 35세에서 39세로 바꿔 참여 폭을 확대했다. 13개 팀이 신청했고, 5개 팀이 쇼케이스에서 경쟁해 황지선 연출자의 작품이 선정됐다. '토끼h의 시간(17, 18일 오후 7시30분 부산시민공원 시민사랑채)'은 현대사회가 정한 시간에 갇힌, 외로운 인간이 토끼가 되어 자유와 소통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전시 음악 영상 춤 무대미술 연극 등이 섞여 어른을 위한 동화를 보여준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연이지만, 초연을 끝내면 재공연할 기회를 찾기 어려워 새로운 공연 콘텐츠를 발굴하고 문화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사업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있다. 김민우 연출자의 '다윗의 비책'은 서울 진출을 노렸으나, 여의치 않아 재공연을 못했다. 박연정 무용가의 '똥'은 올해 부산비엔날레 축하무대에 선 것이 전부다. 서울의 공연장과 논의가 오갔지만, 일정을 잡지 못했다. 대신 '똥'의 일부를 재구성해 다음 달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CF)에 선보여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

재공연이 어려운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작품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문화재단 지원금으로 화려하고 큰 공연을 만들었지만, 이를 재공연하려면 그에 걸맞은 비용과 무대가 필요하다. 이는 청년 연출자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도전하기 힘들다. 문화재단 또한 작품 제작과 초연 지원 말고는 다른 지원책이 없다.

김민우가 연출한 '다윗의 비책'.

'다윗의 비책' 공유현 프로듀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지만 재공연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연정 무용가는 "초연 때 워낙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이를 온전히 재공연하기는 어렵다. 다만, 당시 만난 예술가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똥'의 한 장면으로 또 다른 공연을 만들며 창작을 이어갈 수 있더라"고 말했다.

작품 완성도를 높이고,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재공연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 시스템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문화재단 허장수 청년문화팀장은 "재공연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공감한다.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