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둑어 망둥어…미끼만 넣어도 잡히는 '쉬운 놈'
- 종류만 200여 종, 낙동강권 사람들은 꼬시래기라 불러

- 채소에 회 얹지않는 꼬시래기쌈회
- 큼지막한 놈 몸 위 밥 콩된장 마늘 등 듬뿍 올려 싸먹어

- 부드러운 초벌 햇김
- 물기 꼭 짜 곁들이고 초무침하면 맛 배가

가을 한 철, 낙동강의 포구들은 풍요로움 그 자체이다.

포를 뜬 꼬시래기에 밥, 마늘, 땡초, 양념장을 얹어 먹는 꼬시래기쌈회.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면, 낙동강 앞바다에 전어가 떼를 이루고, 망둑어와 숭어가 펄쩍펄쩍 뛰며, 갈미조개가 살이 올라 맛있어진다. 짙고 깊은 맛을 내는 초벌의 낙동김이 출하될 즈음이라, 김과 함께 싸먹는 이곳만의 특별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시기도 이맘때쯤이다.

특히 여름철부터 이즈음에 이르기까지 낙동강 앞바다에는 다량의 꼬시래기가 잡힌다. 온몸이 작은 비늘과 끈적끈적한 점액질로 덮여있는 바다 생선으로 원래 이름은 망둑어. 지역에 따라 망둥어, 문절이, 망동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해안 갯벌이 잘 발달한 기수지역에서 서식하는데, 그 종류만도 200여 종이 될 정도로 다양하다. 워낙 탐식성이 강한 어종이라 미끼를 넣기만 하면 물고 늘어져,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는 동네낚시 어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부산 지역에서 잡히는 망둑어는 그중 '문절망둑'이란 종이다.

이 문절망둑을 낙동강권 사람들은 '꼬시래기'라 부른다. 살이 연하고 담백하면서 비리지 않거니와 그 맛 또한 고소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말마따나 낙동강 꼬시래기를 콩된장 양념에 듬뿍 찍어 먹으면 좋은 식감과 함께 고소한 감칠맛이 제대로 터져난다.

■놀랍도다! 회로 쌈 싸 먹는 이 맛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낸 꼬시래기회.

워낙 다량으로 잡히는 어종이라 낙동강 사람들은 이 꼬시래기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즐긴다. 여러 방식의 꼬시래기회와 매운탕, 튀김, 무침 등이 그것으로, 무엇으로 요리해 먹든 낙동강의 풍성함과 그윽함을 맛볼 수가 있다.

그중 꼬시래기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장만하는데, 그 종류가 여러 가지 된다. 낙동강 사람들만 즐겨 먹는 꼬시래기회로는 '꼬시래기쌈회'와 '꼬시래기물김쌈회', '꼬시래기김무침회'가 있다.

특히 '꼬시래기쌈회'는 다른 생선회처럼 채소에 회를 얹어 쌈을 싸먹는 방식이 아니라, 꼬시래기를 통째 포를 떠 넓게 편 후, 그 위에 밥과 양념, 땡초, 마늘 등속을 올려 싸먹는 음식이다. 말하자면 채소로 쌈을 싸는 것이 아니라, 포 뜬 생선회로 쌈을 싸는 방식인 것이다.

'꼬시래기물김쌈회', '꼬시래기김무침회'는 낙동강권에서만 1년에 딱 한철, 회를 맛나게 먹는 방법 중 하나다. 낙동김 수확철인 늦가을, 부드러운 초벌 햇김이 나오면 꼬시래기회에 김을 싸먹거나 무쳐 먹는 것이다.

낙동김을 양식하는 김차고(54) 씨는 "초벌 김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아 제철 생선회와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며 "김이 억세 지기 전, 한 달 동안 명지 부근 사람들은 꼬시래기를 김에 싸먹거나 초장에 무쳐서 먹는다"고 전한다.

'꼬시래기물김쌈회'는 물기를 짜낸 물김을 손바닥에 펼쳐 올리고, 그 위에 망둑어회와 땡초, 마늘을 얹고, 참기름 듬뿍 넣은 콩된장에, 햅쌀로 지은 밥을 조금 떼어, 볼이 터져라 한입 가득 싸먹는 방법이다.

■"꼬시래기는 큼지막한 놈이 제맛"

고추장 빛깔이 먹음직스러운 꼬시래기물김쌈회.

'꼬시래기김무침회'는 큰 양재기에 꼬시래기회와 물김을 넉넉하게 넣고, 무채, 땡초, 마늘 등과 함께 초고추장에 쓱쓱 버무리고, 그 위에 깨를 솔솔 뿌려 먹는 회이다. 물김의 진한 감칠맛이 담백한 꼬시래기회와 어우러지면서 새콤·달콤·고소함이 입안에서 오래도록 머무르는 것이 특징.

뱃사람 김천열(54) 씨가 금방 잡아 온 꼬시래기로 다양한 회를 장만한다. "어릴 때 학교 갔다 오믄 이 꼬시래기를 노다지 잡으러 안 다닛십니꺼. 대나무 꺾어서 물개미(붉은 갯지렁이) 끼워가 잡아 오먼, 정자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이걸로 회 썰어서 막걸리 안주 하시곤 했지예." "방파제에서 꼬시래기를 나무젓가락에 꿰어서 모닥불에 구워 묵고, 어머니에게 쌀 한 줌 얻어다 통조림 깡통에 꼰밥(고두밥) 해서도 묵곤 했습니다."

우선 꼬시래기를 양파 망태기에 넣고 빨래하듯 조물조물 문질러준다. "너무 쎄게 빠락빠락 문때먼 꼬시래기 살이 물러지가 안됩니더. 살살 문때야 비늘만 뺏끼집니더." 꼬시래기는 잔 비늘과 점액질이 많아 칼로 비늘을 벗기는 것보다, 망을 이용하면 비늘과 끈적끈적한 점액질까지 깨끗하게 제거된다.

비늘 벗긴 꼬시래기는 지느러미를 제거한 뒤 등 쪽으로 몸을 가르고, 두툼한 살을 칼로 두어 번 발라 손바닥 크기가 되도록 장만한다. 때문에 '꼬시래기쌈회'는 큰놈으로 장만해야 한다. "꼬시래기는 큼지막한 놈으로 싸 무우야 명지 꼬시래기쌈 함 싸뭇다 할 수 있지예." 천열 씨 말이다.

원래 '꼬시래기쌈회'는 뱃사람들이 뱃일 하다가 시장할 때, 배에서 밥 대신 먹던 끼니 대용식이었다. 바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기에 지천인 꼬시래기를 넓게 포를 떠 쌈으로 싸먹었다. 워낙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기에 횟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장만법이다. 장만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꼬시래기쌈 함 무울라먼 줄을 서서 묵어야 됩니더. 원캉 손이 마이 가고 시간이 마이 걸리서 안 그런교." 정동일 씨가 말을 받는다.

꼬시래기회도 써는 방법이 다른 곳과 다르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로 회를 써는 것이 명지식 회 뜨는 방법. 길이로 썰면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맛과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부산 토속 생선회 문화 보여줘

장만한 꼬시래기를 깨끗한 수건으로 다듬고 있다.

장만한 꼬시래기는 물에 씻지 않고 수건으로 깨끗하게 정리하여 먹기 좋게 접시에 담는다. 생선회는 물에 씻지 않아야 살이 짭조름하면서도 맛도 짙다. "꼬시래기 살을 물에 씻으뿌먼 육즙이 빠져나가가꼬 꼬신 맛이 덜해서 몬씁니더. 살도 푸석푸석해지고예."

기다리던 꼬시래기쌈회를 한 입 싸 먹는다. 장만한 꼬시래기 살을 넓게 손바닥에 펴고, 밥 한 젓가락 올린 후 그 위에 콩된장과 마늘, 땡초 등속을 올려 한 쌈 가득 입에 넣는다. 입안이 꽉 차는 웅숭함이 대단하다.

'꼬시래기양파쌈'도 맛본다. 꼬시래기쌈회를 양파에 올려 싸 먹는 방식이다. 한 번 싸면 한입 가득이라 볼이 미어지게 먹어야 한다. 들큰하고 매콤 쌉싸름하고 고소하고 짭짤하다. 탱글탱글한 회의 식감에 양파의 아삭함, 짙은 육즙에 뽀드득거리는 뼈의 씹힘까지 먹는 재미가 절로 난다. 입안 가득 차는 충만감이 그렇게 흔쾌하고 기꺼울 수 없다.

초벌 물김과 함께 먹는 꼬시래기회도 그 풍미가 장난 아니다. 입안 이곳저곳에서 신선한 바다 물결이 일렁이고 해감내가 코끝을 내내 감돈다. 짙은 낙동김의 감칠맛이 꼬시래기회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며 입을 즐겁게 한다.

아~! 이 풍성함~! 여러 방식의 꼬시래기회를 먹고 있노라니, 회 한 번 제대로 먹은 기분이다. 큰놈 서너 마리 싸 먹으니 배가 불뚝 일어선다. 뱃사람들이 이 꼬시래기로 끼니를 때운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독특하고 색다른 '생선회 먹거리'인 꼬시래기쌈회. 낙동강권 방식의 생선회 장만법으로, 우리 부산의 토속적인 생선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레시피이다. 널리 보급하고 계승해야 할 우리 부산의 문화자산이다.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