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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 시집 '다다' |
"제가 누구랑 싸우지 않고 그럭저럭 살았거든요. 그랬더니 이런 복이 다 있네요."
제16회 최계락문학상 수상자 서규정(67) 시인에게 수상 소감을 묻자 '인복' 덕분이란다. 고향이 아닌 낯선 동네 부산에서 40년간 살며 고비가 닥칠 때마다 지역 문단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았더니 이런 큰 상을 받는 기쁜 날이 왔다는 얘기였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엄청 기뻤다"고 말했지만 그는 들뜨지도, 넘치지도 않게 소감을 이어갔다.
"최계락 시인의 시는 서정적이고 맑고 깊은 정신이 느껴지는데 제 시는 투박하고 거칠어요. 최계락문학상과 다소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심사위원들께서 잘 봐주셨나 봐요."
그는 늦깎이 시인이다. 전라북도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휩쓸려 27세에 부산으로 도망쳤다. 이후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을 때마다 시집 2권과 문학잡지 1권, 평론집 1권을 사서 읽었다. 3년째가 되자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신춘문예에 낙방하고 방황한 나날을 버텨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집 7권을 펴냈다.
"좋은 시는 '편지' 같은 시예요. 연애편지를 휙 읽어도 보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 것처럼 편안하고 쉬운 시어로 써도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시, 그게 좋은 시가 아닐까요. 배배 꼬고 쥐어 짜내는 시는 고통스러워요. 시를 보고 위안을 받아야지 왜 고문을 당해야 합니까."
그는 평생 '편지'처럼 편하게 읽고 쉽게 느끼는 시를 쓰고자 했다. 수상작 '다다'는 산지니출판사 '산지니시인선' 13번째 시집으로, 그동안 발표하지 않은 시 중에서 최근작 72편을 수록했다. 미발표작만 1000편이 넘는다면서도 그는 "60세가 넘으니 머리에 기름기가 빠져 시가 잘 안 떠올라 매일 술을 마시는데도 모자란다. 그나마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은 시만을 골라 실었다"고 시집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첫 장에 적은 시인의 말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처럼 툭툭 내뱉은 시어가 무심하고 다소 거칠게 느껴지나 그것이 결국 시인의 삶이고, 삶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진다.
"시는 결국 '한 단어' '한 문장'이예요. 이게 언제 어떻게 올지 몰라요. 길을 걷다 벽돌 틈에 핀 꽃을 보고 올 수도, 막걸리를 퍼마신 취기에 문득 올 수도 있고, 아니면 평생 안 올지도 몰라요. 그러니 시를 놓을 수가 없어요. 제 인생의 99%가 시인데 평생 그 '한 줄'을 기다리며 살 것 같아요."
영락없는 시인의 대답이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