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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의 대중음악 이야기 <38> 만족 모르는 음악장인 송창식(하)

독재정권 아래 희대의 음악천재, 갖은 시련 끝에 결국 은퇴선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0-17 20:00:0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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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리부는 사나이' 등 대히트로
- 대중성·실험성 양손 거머쥐어

- 청년저항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 '왜불러''고래사냥' 삽입 큰 인기
- 정권 눈밖에 나 출연금지 등 탄압

1974년 봄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송창식은 9월에 '피리 부는 사나이' '한번쯤' '새는' 등 신곡을 선보이며 새롭게 공부한 음악 결과를 세상에 알렸다. 그 변화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이전까지 송창식의 작곡은 클래식처럼 단아하고 품위 있거나 간단한 포크송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1974년부터 송창식의 작곡풍은 한마디로 대중적인 노선은 더욱 따르되 자신의 실험성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1975년 MBC 10대 가수상을 받은 송창식이 동료 가수들과 포옹하고 있다.
대중성과 실험성의 양립은 무척 어려운 것이었지만 송창식은 절묘한 균형으로 해결해나갔다. 가사는 더욱 대중적 어법과 표현을 따르고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처럼 트로트의 리듬을 도입하기도 했다. 곡을 표현하는 스케일은 더욱 확대되어 기존의 가요풍을 벗어나 록음악의 표현까지 도입하였다.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1974년부터 송창식의 새로운 곡들의 연주는 당시 한국 최고의 실력과 앞서가는 음악적 안목을 지녔던 동방의 빛이라는 세션팀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동방의 빛의 연주는 '새는'에서 화려한 연주로 그 정점을 찍고 있다.

송창식이 군복무를 하면서 겪었던 처절한 음악적 반성 중 한 가지는 한국성에 대한 자각이었다. 자신이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의 음악적 전통을 계승하는 음악을 해오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국악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송창식의 음악에서 국악적인 시도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간혹 사용되는 국악의 5음계 선율 정도이다. 그래도 자세히 들어보면 이전 음악과는 달리 분명히 국악의 향취가 음악 전체에 스며있음을 느낄 수 있다. 국악에 대한 송창식의 의견은 이렇게 표현된다.

"저는 제 음악이 현재의 우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노래를 만들 때 우리 국악이 그동안 정상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음악을 비롯해서 모든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제가 어떤 음악을 하든 그것이 우리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퓨전 국악에서 일정한 경지에 오른 음악인이나 할 수 있는 말의 수준이다. 송창식은 국악의 계승이 막 시도되던 1974년에 이미 40년이나 앞선 경지에 올라 있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대히트로 1974년 MBC 10대가수가요제에서 10대가수에 선정되면서 송창식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1974년에 열린 송창식 리사이틀. 광대 복장이 이채롭다. 김형찬 제공
이때부터 송창식은 리사이틀에 공을 들였다. 1974년 9월28일부터 3일간 드라마센터에서 '딩동댕 지난 여름' 이라는 리사이틀을 가진 이후 1975년 9월13일부터 5일간 아세아극장에서 제작비 1700만원을 들여 '송창식 리사이틀'을 개최했다. 1975년은 완전히 송창식의 해였다. 그 해 발표한 '왜불러'가 대히트 하면서 1975년 MBC 10대가수가요제에서 최고인기가수에 선정된 것이다.

그런데 절정의 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해 연말 터진 연예계 대마초사건에서 평소 바른 생활을 해왔던 송창식은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수사 받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이름을 불고 자신만 풀려났다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인기가 있었던 거의 모든 통기타가수들이 처벌 받았지만 송창식만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해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

시련은 또 있었다. 히트곡 '고래사냥'과 '왜불러'가 시의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불꽃'은 사유도 없이(나는 타오르는 불꽃 한 송이 라는 가사가 문제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 1975년 금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납득이 가지 않는 금지사유는 유신정권 하 청년의 저항을 다루었던 대박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고래사냥'과 '왜불러'가 들어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신 집권을 위해 노골적으로 독재를 일삼던 1975년 박정희 정권의 눈에 송창식 노래의 대중적 대성공은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추측은 1977년 3월 23일 송창식이 예비군 훈련기피로 구속되는 사건으로 더욱 명백해진다. 당국은 이제까지 연예인의 훈련기피를 가벼운 벌금형으로 다루던 것을 구속을 원칙으로 엄하게 다스리겠다면서 송창식을 시범케이스로 내세운 것이다. 5월 12일 방송윤리위원회는 "대마초사범으로 벌금을 물고나온 가수들도 출연이 금지되는데 병역사범인 가수의 경우는 의당히 방송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1년간 방송출연금지조치를 내렸다. 이에 송창식은 더 이상의 변명을 하지 않고 5월13일 가요계 은퇴를 선언해버렸다.

한국 대중음악계 천재 송창식이 기구한 운명을 딛고 처절한 음악적 반성을 통해 통기타음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품을 발표할 때 송창식이 만난 환경은 박정희 군사정권이라는 최악의 궁합이었다. 막 떠오르는 스타였던 조용필도 1977년 5월 4일에 압력에 못 이겨 자진 사퇴해버렸다. 두 명의 거장을 국가가 사장시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거장은 이런 시련에 굴하지 않았음을 송창식과 조용필의 이후 음악적 행보가 말해준다. 늘 무지하고 지나치게 정치적인 국가가 문제일 따름이다.

대중음악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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