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지화·드로잉·편지화 등
- 가족과 이별하고 1년여 지낸
- '부산'에서의 작품 선보여

국민 화가 이중섭이 6·25전쟁 피란시절 부산에 머물며 그린 그림 등을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길 떠나는 가족'

부산시립미술관은 이중섭(1916~1956)의 탄생 100년, 작고 60년을 맞아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산재한 이중섭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예술가로서뿐 아니라 가장, 한 인간으로서 이중섭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50여 개 소장처로부터 대여한 200여 점의 작품과 100여 점의 자료를 한 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에서는 '황소' '길 떠나는 가족' '욕지도 풍경' 등을 대표적인 유화작품 외에 은지화 드로잉 엽서화 편지화 유품 및 자료 등을 총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흰소'

엽서화와 편지화는 아내와 아이들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절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어 이중섭의 인간적인 모습을 느끼고 공감하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이라는 장소에 특별한 의미가 부각된다. 부산은 1951년 12월부터 1953년 3월까지 이중섭이 가족과 이별하고 힘겨운 피란 생활을 했던 곳이다. 부산의 영도와 광복동, 범일동, 문현동 등지에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홀로 남은 외로움을 예술을 향한 의지로 극복하고자 했던 화가의 자취가 남아 있다.

특히 당시 피란민촌이 들어섰던 범일동에는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건너와 머물렀던 이중섭을 기억하는 이중섭거리와 전망대 등이 조성되어 있다. 전시된 작품들 가운데는 부산 피란시절 이중섭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피란시절 부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소와 새와 게'

이중섭 예술을 이루는 중요한 성과의 하나는 은지화이다. 은지화는 담배를 싼 은박지 표면을 새기거나 긁고 물감을 발라 닦아냄으로써 긁힌 자국에 남은 물감의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고려시대에 유행한 금속공예의 은입사나 상감청자 기법을 연상케 하는 은지화는 전통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려 했던 작가의 의식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은지화의 형식적, 기법적 완성이 부산 피란시절에 이루어졌다.

이중섭은 피란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부산에서 개최된 신사실파전, 기조전 등에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했다. 이런 점에서 부산은 그의 예술적 전개를 연구하는 미술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다.

'가족을 그리는 화가'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유아·초·중·고 4000원, 만 7세 미만 유아와 65세 이상 시민은 할인·면제된다. 자세한 정보는 이중섭전 홈페이지(http://www.jungseob.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1)731-7128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