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이 27% 줄어든 가운데 부산시의 역할론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인 보이콧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태풍이라는 예견된 3대 악재에 부산시마저 뒷짐을 지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폐막한 올해 BIFF의 관객은 지난해보다 27% 줄어든 16만5149명으로 집계됐다. BIFF가 예년보다 침체(지난 14일 자 1, 3면 보도)됐다는 지적이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영화인들은 3대 축의 붕괴도 BIFF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영화제·영화계·시로 이뤄진 BIFF의 3대 축 중 시가 사실상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병수 시장은 역대 부산시장 가운데 처음으로 BIFF 개·폐막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BIFF 기간 활동한 공무원들도 대폭 줄었다.
BIFF 개·폐막식에 참여한 한 부산시 공무원은 "시가 BIFF에 60억 원을 지원하는데 손님도 아니고 주최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됐다"며 "대부분 직원도 올해 BIFF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고 털어놨다.
시가 BIFF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한 인상을 주자 일부 영화인은 BIFF 정상화를 위해 시가 중심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대학 한 영화학 교수는 "시가 독립성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BIFF에서 손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며 "서 시장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시는 예산 60억 원을 지원하는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제 측도 비슷한 분위기다.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계와 시의 관계가 악화돼 올해 활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며 "영화제가 정상화되고 더 발전하려면 시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가 '민간 이사장' 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영화계와 시의 해묵은 감정 대립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시장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 시가 영화제에 참여하려면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