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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쉬운 힙합 [9] - 마약과 힙합, 그리고 이센스의 출소

  • 신동욱 에디터
  •  |   입력 : 2016-10-09 00: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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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의 [The Anecdote]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큰 폭발력을 보여 준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옥중에서 발표했다는 논란과 화제성에 기댄 결과는 물론 아니다. 지방 소도시 출신의 뛰어난 재능의 힙합 랩퍼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겪었던 개인사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낸 앨범은 절정의 랩 퍼포먼스, 탄탄한 프로덕션, 그리고 견고한 구성미를 통해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세상과 동떨어져 살 것 랩퍼가 펼쳐놓는 인간적 고뇌와 번민, 분노 그리고 약간의 행복감은 동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청춘에게 무엇보다 강력하고 따스한 위로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이센스는 앨범을 만들었고, [The Anecdote]는 오랫동안 그의 재능을 알던 이들이 기대하고 바라던 바로 그것이다." - 선정위원 남성훈

한국 힙합 명반 대열에 오른 이센스의 앨범 [The Anecdote] 앨범 커버


많이 양보해도 열 손가락에는 반드시 꼽히는 한국 래퍼. 흉내내기 어려운 독보적인 플로우와 가사 전달력을 가진 래퍼. 이센스(E SENS)는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과 최우수 랩&힙합 음반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시상식에 올 수 없었다. 흑인음악칼럼니스트 남성훈씨의 말 그대로 이센스는 그때 옥중에 있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그의 죄목이었다.

이센스는 '쌈디'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과 함께 힙합 듀오 '슈프림 팀(Supreme Team)'의 멤버였다. 슈프림 팀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컨트롤 대란'의 한복판에서 개코와 맞섰던 패기 있는 래퍼로는 기억하고 있다. 그 때 한국 힙합계는 이센스가 'You Can't Control Me'에서 개코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토록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이센스로 시작된 디스곡 열전은 '이센스 대 개코', '스윙스 대 쌈디' 구도로 가열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출소 소식이 지난 3일 전해졌다. 1년 6개월만이다.

그의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센스 인스타그램

마약은 힙합 가사의 단골 소재다. 마약은 없던 시절 흑인들의 돈벌이 수단이었다. 클립스(The Clipse)의 멤버 푸샤 티(Pusha T)는 주로 마약에 대해 랩을 한다. '푸샤'는 푸셔(Pusher)에서 따왔다. 마약상을 뜻하는 슬랭(slang. 통속적으로 쓰이지만 점잖지 못한 말)이다. 클립스의 다른 멤버는 맬리스(Malice) 역시 주로 마약과 같은 '나쁜 것'들에 대해 랩을 한다. 그의 이름은 우리말로 '악의'. 하지만 맬리스는 2012년에 '노 맬리스(No Malice)'로 개명했다. 클립스의 매니저 앤소니 곤잘레스에게 벌어진 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앤소니 곤잘레스는 2009년 코카인, 마리화나, 히로인 등의 약물을 운반하다 적발되어 32년 형을 받고 수감되었다. 이센스의 1년 6개월이 초라할 정도의 형량이다. 물론 노 맬리스는 여전히 마약과 같은 나쁜 것들에 대해 랩을 한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것들에 대해 '노'라 이야기한다. 마약과 마약상이 힙합 문화를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맬리스가 노 맬리스로 전향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2002년 넵튠스와 만난 후 '마약 랩'에 관한 한 누구보다 큰 성과를 올렸던 클립스. 2002년 대표곡 'GRINDIN'을 추천한다. 힙합의 하위 장르인 코크 랩(Coke Rap)이 진화하는 순간이다. 마악 거래에 대해 얼마나 기발하게 말하는지를 힙합 씬의 흐름으로 만들어냈다. "마약 사업은 철저히 비즈니스다. 많이 팔고 이윤을 남기면 그만이다. 갱스터 어쩌고는 나중 일이야." 그렇게 말했던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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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는 수감 전 항소심에서 강박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마초에 의존하게 된 이유를 내세운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과 사는 걸 전투적으로 생각하고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것에 대해 남보다 가지고 못하고 시작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가진 걸 생각하지 못하고 실수나 안 좋은 부분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한 삶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엔 몰랐다. 겸손하게 살았으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뉘우쳤다.

'노 맬리스'가 된 맬리스가 이센스에게 교훈이 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센스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했으며, 팬들은 다시 그의 재능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동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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