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인 반발 등 충돌 우려
- 열흘간의 모든 공식행사
- 서병수 시장 참석 않기로
- 일각선 "적극 소통 아쉬움"

- 하루 전 태풍까지 덮쳐
- 성공적 진행 여부에 촉각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개최가 불투명했던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개막식을 갖고 열흘간의 축제를 시작했다. 개막식은 초대 민간 이사장이 치르는 첫 행사인 만큼 개막 선언과 축하 폭죽 등 관행적으로 이어진 행사를 과감히 폐지해 눈길을 끌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화려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올해 BIFF는 유달리 많은 악재가 겹쳤다. 영화인 보이콧과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자연재해(지진·태풍) 등 3대 악재를 딛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부산시와 BIFF도 행사 흥행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3대 악재를 넘어라

우여곡절 끝에 열린 올해 영화제의 성공 여부는 3대 악재를 넘느냐 마느냐에 달렸다. BIFF가 정관 개정을 통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음에도 지난 8월 영화인 4개 단체는 보이콧을 풀지 않았다. 당시에는 영화인들의 보이콧이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로도 생각지도 못한 악재가 계속 터졌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김영란법도 큰 변수다. 김영란법 시행 후 첫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인 BIFF는 '시범 케이스'라는 점 때문에 갖가지 고충을 겪고 있다. 4대 투자배급사가 파티를 열지 않고 영화 홍보를 위한 뒤풀이 자리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축제 분위기는 예년만 못하지만 영화라는 기본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는 것으로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달 중순 한국을 강타한 지진도 악재다. 지진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자 BIFF 사무국은 지진 발생 시 비상대책을 준비했다. 평소에도 다양한 사고와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지진 발생 시 계획을 철저히 세웠다. BIFF 사무국은 재난대책본부와 협의해 부산이나 외곽에서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상영을 중단하고 관객을 대피시킨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마지막은 태풍이다. 지난 5일 부산·경남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차바'야 말로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이로 인해 해운대해수욕장에 마련한 비프빌리지가 크게 훼손돼 야외행사를 모두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옮겨 진행한다.

하지만 두레라움 광장이 스타를 보러 몰린 영화팬들을 모두 수용할 정도로 크지 않고, 팬들의 환호성이 크면 게스트의 말을 알아듣기 힘든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두레라움 광장에서 진행된 '아주담담' 무대를 올해 비프힐 1층으로 옮기기도 했다. BIFF 사무국이 두레라움 광장 행사를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하느냐가 팬들의 만족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 불참한 부산시장

서병수 시장은 이날 개막식에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부산시장이 없는 BIFF 개막식은 21년 만에 처음이다. 서 시장은 개막식뿐만 아니라 개막식 리셉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열흘간의 BIFF 기간 중 어떤 일정에도 참석한다는 계획이 없다.

시 관계자는 "민간이사장이 선출된 뒤 처음 열리는 영화제인 만큼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돼야 한다는 게 서 시장의 생각"이라며 "자신이 참석하면 본인에게 관심이 집중될 것이니 올해만큼은 한 발 뒤로 물러나 있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서 시장이 개막식에 참석할 경우 영화인들이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불미스러운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서 시장이 이에 부담을 느껴 불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 시장은 '다이빙벨 사태'로 지난 2년간 영화계와 반목했다. 국내 영화인 9개 단체는 '다이빙벨 사태'에 대한 서 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명예회복을 조건으로 올해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정관개정 후 5개 단체는 보이콧을 철회했지만, 4개 단체는 여전히 보이콧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의 한 영화인은 "서 시장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개막식에서 반겨주는 영화인이 없더라도 정면으로 부딪쳐 영화계와 소통하는 게 모양상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숫자로 보는 2016 부산국제영화제

5개 극장 34개 관…상영관(모두 해운대 소재)

69개국…참가국 수

299편…상영작 수

6000원…일반 입장권값(개·폐막작 2만 원, 미드나잇 패션 1만 원)

※만 60세 이상 일반상영작 현장 50% 할인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