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14일 원아시아페스티벌 참가
- 청중으로 올려다 본 무대에 선다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의 한파가 닥쳤던 시기. 한번 흔들리기 시작한 가정형편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음악을 즐기던 소년은 피아노를 치러 교회에 가야 했다. 열세 살이 되던 해에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소년은 2005년 일본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단번에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오는 12일과 14일 부산 원아시아페스티벌 클래식 공연을 앞두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다솔.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미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피아니스트 김다솔(27)은 지난해 대한민국 최초로 쇼팽 콩쿠르 대회에서 우승한 조성진에 버금가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이다. 부산예고, 한국예종, 독일 나이로 라이프치히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2008 슈만 국제음악콩쿠르, 2010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데 이어 2011 프랑스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후 독일 하우크 아우프호이저 아티스트,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었고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지난해에는 첫 도이치그라모폰 데뷔앨범을 발매하고 독주회를 열었다.

지난 8월 '부산을 빛낸 세계적 피아니스트' 공연에 이어 오는 12일과 14일 '부산 원아시아페스티벌 클래식 향연'(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앞두고 독일에 있는 김다솔과 인터뷰했다. 현재 독일 하노버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 졸업을 앞두고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연주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어릴 때부터 책과 영화를 즐겨온 그는 인터뷰에서 당당하고 솔직담백한 답변을 내놨다. 연주회마다 극찬을 받는 그는 음악가로서 계속 발전하고 있었다. 평소 악보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김다솔은 "작곡가의 일생과 그들이 오선지 위에 남겨놓은 메시지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 아마 저희 연주자들이 할 수 있는 노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이라 여겼다. 하지만 최근 음악을 우선시하게 됐다. "청중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할지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에 스스로 연주가 늘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최근 들어 무대 위에서 음악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이제는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보단 공연장에 모인 사람 모두 음악 자체를 찬양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국제무대에 오른 지 10년째가 되니 가능하게 된 일이죠."

김 씨는 고향 부산 무대에 대해 "어릴 적 청중으로서 찾아가던 공연장의 무대에 연주자로 오르게 되는 것과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점을 생각했을 때 부산 무대만큼 마음이 따뜻해지는 무대가 없는 것 같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아직 20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역시 솔직담백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결국 음악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행복한 순간들은 늘 음악과 함께하죠. 이기적이게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일 때문에 크게 좌절할 일이 없어요. 저는 이미 꿈을 이룬 사람인 것 같아요. 늘 더 나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피아니스트,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